[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22일 오늘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속 노동조합의 투쟁결의대회에 가보고 느낀 점은 여태까지 봐왔던 노조나 각종 단체들에 비해서 요구사항이 좀 추상적으로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결의문 낭독에서 나온 요구사항은 △조합원의 권리를 존중할 것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 것 △무너진 신뢰와 공정을 바로 세울 것 △교섭의 자리에서 책임있게 답할 것 △회사는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더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더이상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등입니다.
그리고 결의문 낭독 막판에 의례 나오곤 하는 구호에서도 이들은 "하나. 2026년 임단투(임금 및 단체협약 투쟁) 승리를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한다" 등 정말로 자신들의 결의를 다지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보통 집단행동에서 '하나' 구호 다음에는 요구사항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하나. 사측은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
하나. 기본급을 ~~% 올려라.
하나. 안전 장비 OO을 ~~% 늘려라.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요구사항 대신 결의, 즉 스스로의 다짐을 외친 겁니다.
그리고 결의문 낭독에서 대회 참가자들은 요구사항에 급여를 구체적으로 몇퍼센트 올리자는 이야기도 넣지 않았고, 노사 관계를 경색되게 한 직원 인사 정보 유출에 대해 "책임자를 징계하라"는 문구를 넣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대회 참가자들은 숫자가 상당해보였습니다. 주최측 추산 인원은 2000~2500명입니다. 참고로 노조가 대회 시작시각인 이날 오후 12시까지 집계한 참석 예상 인원은 2117명입니다. 주최측이 과대 추산할수도 있겠지만, 상당수 인원이 오기는 했습니다.
말하는 방식이 추상적이었다고 해도, 이들이 느끼는 바가 추상적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안 그랬으면, 창사 15년만, 노조 설립 3년 만의 집단행동과 파업이 계획되지도 않고, 참가도 저조했을테니까요.
대회에서 많이 나온 이야기는 신뢰였습니다. 이들은 집단행동 이유를 인사 정보 유출 등 회사가 신뢰를 저버린 모습과 결부시켰습니다. 노조는 사측의 전향적인 제안이 중요하다는 논지를 펴왔는데, 박재성 위원장(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의 지부장)은 인사 정보 유출 건에 대해 회사가 제안을 해온다면 그게 전향적인 제안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무대 발언 중에는 "내부 직원과의 믿음조차 저버린 조직이 어떻게 외부의 신용(고객사와의 신뢰)을 논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신뢰는 추상적인 가치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뢰에 문제가 생기면 그 결과는 가시적일 수 있습니다. 직원들은 신뢰 문제 때문에 대회에 나왔다고 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파업이 고객사와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1일 파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신뢰 문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될 것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