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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한화
입력 : 2026-04-22 오후 4:45:44
양치기 소년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솝 우화다. 반복된 거짓말이 신뢰를 잃게 만든다는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최근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한화그룹 계열사의 유상증자 사태를 보면 이같은 양치기 소년 우화가 오버랩된다.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주도하는 한화솔루션은 최근 유증 사태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논란이 불거진 지 불과 약 1년 만이다. 24000억원에 달하는 한화솔루션의 초대형 규모 유증 계획은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유증 발표 이틀 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관련 계획이 언급되지 않은 기습 유증이란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컸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지주사인 한화가 8400억원 규모의 유증 참여를 발표했지만, 거센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유증 계획에 제동을 걸었고, 한화솔루션은 규모를 18000억으로 축소했다. “유상증자에 대한 여러 주주 등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주주가치를 보호하고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이번 한화솔루션 유증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앞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논란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대형 유증 발표 주주 반발 김 부회장 등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한화, 유증 참여 금융당국 제동 유증 규모 축소라는 일련의 과정이 1년 만에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당시 유증의 핵심 당위성으로 글로벌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을 강조했다. 글로벌 방산 시장 톱 티어도약을 노린 선제적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필수 조치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한화솔루션은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 재원 확보라는 점을 유증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 결국 두 번의 유증 모두 성장을 위한 돈이 필요하기에 주주들의 손을 벌리겠다는 취지다.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명분이 현재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긴 하나,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주주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구조가 되풀이 되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 문제로 꼽힌다.
 
한화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한화솔루션의 유증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부채바율은 196.3%, 순차입금은 약 126000억원 수준이다. 주주들의 손을 빌려야 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셈이다. 한화솔루션도 2년 동안 계열사 지분과 자산 등을 매각해 2조원 가량의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석유화학과 태양광 등 주력 사업의 동시 침체는 유증을 통한 자본 조달 없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그럼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지난해 50억원이 넘는 보수를 수령한 것은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룹을 지배하는 총수 일가는 손해를 보지 않고 주주들에게 피해를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두 번에 걸친 유증 논란으로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은 만큼, 한화는 이제 증자를 통한 자금이 어떻게 수익으로 돌아오는지, 그리고 주주 가치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투자자들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후 이 같은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경영도 필연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외면받는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두 번의 유증 논란을 불러 일으킨 한화에게 세 번은 없다.
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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