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서울 정비사업 시장이 묘한 균형 위에 서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경쟁이 사라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과열과 냉각이 동시에 나타나는, 다소 이례적인 장면입니다.
요즘 현장의 공기는 분명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일단 입찰에 들어가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지금은 계산부터 합니다. 공사비는 계속 오르고, 금융 비용 부담은 커졌으며, 미분양 위험까지 더해졌습니다. 여기에 입찰 과정에서 들어가는 설계·금융·홍보 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쟁 자체가 리스크가 되는 구조입니다. 많이 참여할수록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선택한 답은 단순합니다. 덜 싸우고, 더 고르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단독 입찰이 낯설지 않습니다. 여러 사업지에서 한 곳만 참여해 시공권을 가져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쟁이 사라졌다기보다, 경쟁이 필요한 곳과 아닌 곳이 분리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흐름을 시장 위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경쟁은 더 전략적으로 변했습니다. GS건설이 성수와 강남권 주요 사업지에 집중하고, 현대건설이 압구정 일대를 축으로 연계 전략을 펼치며, 롯데건설과 DL이앤씨 역시 사업성이 검증된 구역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선택의 폭은 줄었지만, 선택의 밀도는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다만 핵심지는 여전히 예외입니다. 압구정, 성수, 여의도 같은 상징적인 사업지에서는 경쟁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수익을 넘어 브랜드와 시장 지위를 좌우하는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부 사업지에서는 경쟁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정도로 긴장감이 높습니다. 모든 곳에서 싸우지는 않지만, 싸워야 할 곳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전략입니다.
결국 지금 시장은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나는 단독 입찰과 수의계약으로 흘러가는 안정 구간, 다른 하나는 대형사들이 정면으로 맞붙는 핵심 구간입니다. 과거처럼 전면전이 아니라, ‘싸울 곳만 싸우는’ 방식입니다. 이 변화는 일시적인 대응이라기보다 구조적인 전환에 가깝습니다. 비용과 리스크가 커진 환경에서 무차별 확장은 더 이상 유효한 전략이 아닙니다. 대신 선택과 집중, 타이밍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