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인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이 있습니다. 전통시장입니다. 한낮에 가도 사람이 붐비는 곳이니 덕담을 전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자신을 알리기 쉬운 장소인 게 이유입니다.
시장 유세에는 후보 혼자 가지 않습니다. 지방선거의 경우 인근 기초자치단체장이 동행합니다. 후보 보좌진은 세트 메뉴처럼 후보 곁을 지킵니다.
후보를 만나는 상인들의 손은 바쁩니다. 작업용 장갑을 급하게 벗고 악수를 청하는 이들도 더러 있고, 갓 만들어낸 먹거리를 건네는 이들도 자주 보입니다.
상인들이 선물하거나 판매한 먹거리는 후보의 입으로 직행하지 않기도 합니다. 원형 그대로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음식물의 경우 보좌진의 손에 쥐어집니다. 간단하게 씹어 삼킬 수 있는 음식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후보도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나눠야 하니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보좌진이 후보 대신 챙기는 건 먹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후보를 중심으로 모인 다수가 느리게 다니면 평소에도 북적이는 좁은 시장통은 금세 마비됩니다. 그러다 보면 불평을 하는 이용객도 있고 일부는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합니다.
후보의 뒤통수를 향한 욕설이지만, 정작 후보에게는 닿지 않습니다. 자신을 알리는 데 바쁜 후보 대신 욕설에 사과를 하는 건 보좌진 몫입니다. 후보에겐 닿지 않는 메아리일 뿐이지만 수행하는 보좌진에겐 하나하나 수습해야 할 불평이고 불만입니다.
정치인의 귀를 막는 건 선거에서 느끼는 중독성일 겁니다.
선거는 마치 결승선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레이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신없이 당선을 위해 달리다 보면 듣고 싶은 말만 귀에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싫은 소리는 좀처럼 귓바퀴 안으로 넘어오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선거에 많이 나올수록 심해져 결국에는 선거 자체에 중독된다고 합니다.
시장 한가운데서 욕설 섞인 고성을 듣지 못하면서 눈앞의 한 표에만 신경쓰는 건 선거가 주는 중독성 있는 짜릿함을 너무 많이 느낀 탓이겠죠.
공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며 유권자 한 명 한 명의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게 선거입니다. 유권자가 원하는 바를 정치판에 전달하려면 일단 잘 들어야 합니다. 악수하고 웃는 낯으로 사진을 찍다가 음식을 주면 넙죽 받아 보좌진에게 넘기는 정치인들, 선거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게 어떨까요.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