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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한꺼번에 왔다
입력 : 2026-04-17 오후 5:46:52
지난 12일 경기도 부천 원미산에 진달래와 벚꽃과 개나리가 동시에 만개했습니다. 세 꽃이 한 산을 가득 채운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저마다의 색이 뒤섞여 그야말로 꽃밭을 형성했습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었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사진=변소인 기자)
 
그러나 이 풍경은 익숙한 풍경이 아닙니다. 자고로 봄철 꽃놀이라함은 가장 먼저 피우는 꽃을 구경하고 그 다음 차례의 꽃을 감상하는 식입니다. 개나리는 다른 꽃보다 먼저 피웁니다. 아직 쌀쌀한 공기 속에서 노란 꽃을 터뜨리고 나면 진달래가 그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벚꽃은 가장 나중에 등장해 봄의 절정을 장식합니다. 산에 진달래가 많은 경우 기온 영향으로 평지에 있는 벚꽃이 먼저 나타나고 그 다음에 산 진달래가 피어오르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세 꽃이 각자의 자리에서 차례를 지키는 것이 봄의 문법이었습니다. 그 문법이 이날 원미산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기상청은 봄꽃의 개화일이 빨라진 것을 두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겨울이 덜 춥고 초봄이 급격히 따뜻해지면 꽃들은 저마다의 개화 신호를 동시에 받게 됩니다. 기후가 널을 뛰면서 피우는 순서를 구분할 조건 자체가 사라져 이렇게 한번에 세가지 꽃을 만끽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식물의 생애주기가 엉키면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곤충의 개체수가 위협을 받거나 식물의 수분을 돕는 매개 곤충과의 활동 시기에 차이가 생기는 이른바 '생태 엇박자'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꽃이 예쁘게 한꺼번에 피는 동안 꽃가루를 나르는 벌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몇 년전 기후 이상으로 단풍이 제빛을 내지 못하고 물들기 전에 낙엽으로 져버리기도 했지요. 단풍놀이에 나섰던 이들은 허탈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원미산 꽃구경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예뻤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해마다 반복된다면, 그만큼 기후 변화가 급격히 이뤄진다면 결국엔 형형색색의 봄꽃을 만끽하지 못하게 될까봐 겁부터 납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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