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IB토마토](단독)KT&G, 이사회 표결 오기 논란…이사 선임 독립성도 의문
지난해 이사회서 손동환 반대…'사장 선임 집중투표 배제' 제동
입력 : 2026-04-16 오전 1:12:57
이 기사는 2026년 04월 16일 14:5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KT&G(033780)가 지난해 초 열린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과 직결되는 핵심 안건의 표결 기록을 반기보고서에 잘못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손동환 사외이사는 '사장 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는 정관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반기보고서에는 해당 안건이 이사회 만장일치로 가결된 것으로 공시됐다. 이후 회사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를 바로잡았지만 별도의 정정공시는 하지 않았다. 지배구조 핵심 사안에서 사외이사의 판단이 뒤바뀐 셈이어서 단순 실무 착오를 넘어 공시 신뢰와 주주 신뢰를 동시에 흔드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손 사외이사는 2024년 사장 선임 투표에서 현 방경만 KT&G 사장(당시 수석부사장)과 경쟁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번 오표기를 두고 단순한 기재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사외이사 비중이 절대적인 KT&G 이사회 구조를 고려하면 이번 논란은 곧바로 지배구조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사외이사 선임 구조 역시 겉으로는 위원회가 분리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일 인물이 결정권을 쥐고 있어 독립성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KT&G)
 
'방경만호' 견제 세력인 손동환 사외이사 표결기록 '찬성→반대' 정정
 
16일 <IB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KT&G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지난해 2월25일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정관 개정안에 대해 손동환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표기됐다. 이는 앞서 지난해 반기보고서에서 손 사외이사가 동일 안건에 찬성한 표기가 뒤집힌 것이다.
 
해당 정관개정안에는 사장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의결권을 집중해 이사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배제할 경우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건 투표 시기는 KT&G는 '방경만호' 출범 약 1년이 된 시점으로, 방경만 사장의 권력이 막강했던 시기로 예상된다. 방 사장은 1998년 입사해 현재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정통 'KT&G맨' 출신으로, 그의 사장 선임 당시 KT&G 최대주주였던 IBK기업은행(당시 지분 7.79%)은 회사의 폐쇄적인 거버넌스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사장선임과 관련된 정관개정안에 대해 이사회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손 사외이사의 투입 배경이 주목된다. 그는 2024년 방 사장(당시 사외이사)과의 사장 선임 투표에서 패하고 IBK기업은행의 추천으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또 다른 주주였던 사모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당시 "KT&G의 사외이사 6인 가운데 기업 출신은 4명에 불과하고 소비재 산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며 "이사회가 현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법조인 출신인 손 사외이사가 기존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손 사외이사는 지난해 반기까지 이사회에 상정된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공시됐다. 따라 해당 기간 안건도 '전원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손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그러나 연간 사업보고서를 통해 특정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가 찬성에서 반대로 정정된 것이다.
 
KT&G 측은 이번 공시 오류는 '실무자의 업무상 착오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후 연간 사업보고서 작성 시 오류를 발견해 반대로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는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정정공시를 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공시 오류를 넘어 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뢰 문제까지 제기된다. 특히 지난 3월 이재명 정부는 '국민이 믿는 자본시장'을 가치로 시장 신뢰 회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정한 시장과 투명한 제도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향후 철저한 공시 관리를 통해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관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상법개정안에 따라 금번 주총을 통해 통합집중투표가 가능하도록 집중투표 규정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선임 위원회는 둘인데 구성원은 동일…독립성 의문
 
KT&G는 이사회 영향력이 막강한 구조다. 사외이사 비율이 75%(전체 이사 8명 중 6명)로 국내 상장사 중 최대다. 특히 이사회는 사장 선임과 정관 변경 등 핵심 권한을 쥐고 있는 만큼, 과반인 사외이사들의 독립성과 판단이 경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KT&G가 올해 초 선임한 신규 사외이사들도 얼마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KT&G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LG전자 사장 출신 노환용 씨와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승수 씨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나 현재 손 사외이사를 제외한 모든 사외이사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통해 선임됐고 신규 사외이사들 역시 동일한 추천 구조를 거쳤다.
 
사외이사 후보 심사기준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제안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후보 추천기준을 결의한다. 그러나 이 두 개 위원회는 구성원(고윤성·김명철·곽상욱)이 동일하다. 기능상 분리돼 있지만, 사실상 의사결정은 동일인들이 내리는 셈이다. 결국 사외이사 선임 구조가 독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KT&G 관계자는 신규 사외이사 영입과 관련해 "제조업 밸류체인 및 해외 비즈니스 전문성을 갖춘 인사와 회계·재무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했다"며 "독립성에 기반한 지배구조 경쟁력 고도화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권익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이보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