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콘크리트는 단단합니다. 얼마나 단단한지 피폭의 위험을 견뎌야 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핵심 재료 중 하나로 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단한 콘크리트는 형체를 갖추기 전에 액체처럼 흘러내립니다. 덜 굳은 콘크리트 위를 지나가면 신발 자국이 찍히고, 경사진 곳에선 흘러내리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크리트는 바람과 시간을 견디는 '양생'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제 강도를 갖습니다.
서울 중구 인도 앞 '볼라드'가 양생 중이다. (사진=윤금주 기자)
인도 위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볼라드'도 양생을 거쳐 단단해집니다. 볼라드가 제 역할을 잘하기 위해선 사진처럼 콘크리트가 단단해지기까지 양생 기간을 거치게 됩니다.
지난달 10일 개정 노동조합법 2·3조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간 교섭권에서 배제됐던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200건이 넘는 사용자성 판단 신청이 접수됐습니다. 지금까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내린 판단은 '산업 안전' 관련 대부분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며 노사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입니다.
비판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재계에서는 "쪼개기 교섭이 늘어 경영 부담이 커질 것"이라거나 "협상이 시작되면 무조건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더불어 사용자성 인정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하청에 대한 업무 지시 과정이 복잡해지는 등 현장 실무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잡음은 단순히 불가피한 수준을 넘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동안 하청 노동자들은 실제 업무는 수행하면서도 근무 환경이나 임금에 대한 요구를 원청에 전달할 통로조차 없었습니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하청은 갑을 병정"이라며 "그 사람을 대변해 줄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은 이러한 단절된 구조를 바로잡고, 그간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던 하청 노동자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필요한 첫걸음입니다.
지금, 개정 노동조합법은 양생 중입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