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권업계의 풍경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안주(安住)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얼어붙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다 증시 활황으로 코스피가 치솟자 기다렸다는 듯 리테일(개인 위탁매매) 수익에 매달리며 관련 사업 확대에 열을 올린다. 위험은 피하고, 손쉬운 수수료 수익에만 목을 매는 모습은 '모험자본'이라는 증권사 본연의 이름값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부동산 PF라는 먹잇감에 과도하게 집중해 왔다. 하지만 투기 억제를 통해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국정 철학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은행이 예대마진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금융'의 상징이라면, 증권사는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에 투자하는 '공격적 금융'의 상징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부동산이나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은행과 다를 바 없는 구조다.
정부가 증권사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위를 허용하고 대형화를 독려한 취지는 명확하다. 자본의 덩치를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그 규모에 걸맞은 '모험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만약 증권사가 단순히 거래세나 위탁매매 수수료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물고자 한다면, 정부가 은행 외 증권업에 각종 특혜를 주며 육성할 명분이 떨어진다. 정부는 그들이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에 자본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의 첨병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이제 증권사는 기존의 부동산 PF나 리테일 커버리지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대신 진정한 의미의 '전문 투자자'로서 산업자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향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안정의 늪에서 나와 산업의 심장을 뛰게 하는 생산적 금융의 주역으로 거듭나길 촉구한다.
코스피와 유가.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