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예지 기자] "초연결사회의 참된 도덕성은 단절의 능력에서 발견된다. 얼마나 깊이, 진지하게, 창조적으로 끊어질 수 있는가? 끊어짐과 연결됨 사이에 얼마나 생동감 있는 리듬을 설계할 수 있는가? 공동체의 우상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은둔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 (중략)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어떤 경우 '연결하고' 어떤 경우 '연결을 끊는' 동물, 은둔할 줄 아는 동물이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산문집, 『은둔기계』에 담긴 문장입니다.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3사의 요금제 개편안을 보고 저는 이 문장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머지않아 통신3사에서 월 2만원 중반 가격에 250MB 데이터와 400kbps 데이터 안심 옵션(QoS)을 제공하는 LTE·5G 요금제가 출시될 전망인데요.
통신비 경감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정부는 '기본통신권 보장'이 이번 정책의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디지털 시대 통신데이터 이용이 필수화됨에 따라, 기존의 요금 인하 중심의 정책을 넘어서, 데이터 중심의 기본통신권 보장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러한 정책의 근간에는 '모든 사람이 언제든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자리해 있습니다.
기본통신권은 초연결사회라는 현상에 따른 제도적 보완책일 것입니다. 이미 벌어진 기술 환경 앞에, 누구도 누락되거나 불편을 겪지 않게끔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려는 것이죠. 일과 여가, 학습과 관계까지. 삶의 거의 모든 국면이 연결을 전제로 설계된 시대에, 데이터는 이미 전기나 수도처럼 끊기면 곤란한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계가 더 밀접하게 연결될수록, 마음 안팎으로 끊어지고 싶은 욕망이 자라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학시절, 제가 존경하던 교수님은 "메신저 앱은 공해"라며 단체채팅방에 감사 인사를 비롯한 모든 답장을 '금지'하기도 하셨는데요. 저도 때로 모든 온라인 계정을 삭제하고 '단지 사람'의 상태로 돌아가고픈 충동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데이터 무제한'이 기본권이 된 우리 사회를 문득 거리를 두고 보게 됩니다. 정책의 취지와는 별개로요. 초연결 속 단절을 생각합니다. 연결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그 안에서 피로를 느끼거나 길을 잃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제안합니다. "은둔을 삶에 지친 사람의 고상한 판타지로 보지 말고 하나의 세계관, 감수성, 삶의 형식으로 바라볼 것"을요. 그는 현세대를 "스스로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첫 번째 세대"로 규정하고 "모더니티의 잠에서 깨어나 충혈된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면 '사교가 아닌 은둔'을 향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본통신권의 시대, 우리는 모두가 연결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건, 그 세계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끊어질 수 있느냐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