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진을 합성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예전 같으면 포토샵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의 영역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몇 번만 눌러도 얼굴을 바꾸고, 없는 장면을 만들고, 특정 인물을 전혀 다른 캐릭터처럼 바꾸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 탓에 친구들끼리 서로의 사진을 합성해 웃고 넘기거나, 단체 대화방에서 캐릭터처럼 소비하는 일도 낯설지 않습니다. 일종의 놀이처럼 작동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합성이 쉬워진 만큼 조롱도 쉬워지고, 허위 정보 확산 역시 쉬워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날로 정교해지는 AI 기술 탓에 이제는 조작인지 아닌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행 법이 이 모든 영역을 또렷하게 붙잡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허위영상물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비성적 합성 사진 전반에 대해서는 별도의 일반 규정이 뚜렷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명예훼손이나 모욕, 허위사실 유포 같은 방식으로 우회해 처벌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는 비방 목적이나 사회적 평가 저하 같은 요건 입증이 따라붙습니다. 결국 "문제는 분명한데, 곧바로 처벌되지는 않는" 회색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 언론과 SNS 등에 퍼진 '도로 위 늑구 사진'은 AI 생성 허위 이미지로 드러났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 회색지대는 공적 혼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대전 오월드 탈출 늑대 '늑구' 수색 과정에서는 AI 합성으로 추정되는 가짜 사진과 허위 제보가 퍼지면서 실제 수색과 대응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이미지 한 장이 사람들의 불안을 키우고, 공적 대응에 들어가는 시간과 자원을 흔든 것입니다. 게다가 언론도 해당 사진을 함께 실으며 "목격됐다"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AI는 합성을 너무 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쉬워졌다고 해서 가벼워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이 쉬워진 만큼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장난과 범죄 사이. 그 넓은 회색지대를 더 이상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