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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오르는 관악산
입력 : 2026-04-09 오전 10:57:01
올봄 관악산이 유난히 붐빕니다.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지난 1월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역술가 박성준씨가 "관악산은 화기가 있고 정기가 강해 좋은 영향력을 주는 곳이며 운이 풀리지 않으면 연주대에 가보라"고 언급한 이후 줄 서서 오르는 산이 됐습니다.
 
(이미지=챗GPT)
 
방송 이후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 일대에는 정상석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한 대기 줄이 길에 늘어졌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긴 기다림을 감수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주말이면 연주대 주변 돌 면적보다 사람이 차지하는 면적이 더 많은 진풍경까지 연출됩니다.
 
이번 현상은 단순한 등산 유행으로만 읽기 어렵습니다. '운이 안 풀린다'는 말이 이토록 빠르게, 이토록 많은 사람의 마음에 꽂혔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결국 '지금 운이 안 풀린다고 느끼는 사람', '간절하게 운을 바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역술과 풍수가 유행하는 시기는 대개 사회가 불안하거나 개인의 삶이 팍팍할 때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업도, 사업도, 연애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산 하나에서 위안의 실마리를 찾으려 줄을 섭니다. 많은 청년들은 인증 사진과 동영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숫자가 그 간절함의 배경을 조용히 설명해 줍니다. 올해 2월 기준 청년 고용률은 43.3%로, 22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2월 청년 실업률은 7.7%로, 2021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 중 청년은 17.8%인 48만5000명에 달합니다.
 
이 무거운 무게를 안고 사람들은 산을 오릅니다. 빼곡히 모여 저마다의 소원을 비는 풍경은 어쩐지 씁쓸한 시대의 자화상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을 방 안에 가두지 않았음에 안도해 봅니다. 근력을 쓰고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기력을 잃은이들에게 작은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북적이는 등산로에서 낯선 이와 나누는 짧은 눈인사, 상쾌한 공기가 고립된 일상에 작은 숨구멍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나저나 줄을 서서 연주대 정상석 앞에 선 사람들의 형편은 과연 좀 나아졌을까요.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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