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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과 페트로달러
입력 : 2026-04-06 오전 11:12:01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사기’로 규정하고 화석연료 시대로의 회귀를 천명한 배경에는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선 미국 달러 패권의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34조 달러가 넘는 유례없는 국채 부담 속에서, 미국은 ‘에너지 결제권’을 다시 틀어쥐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사수하려는 모양새입니다.
 
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밀약으로 탄생한 ‘페트로달러’ 체제는 전 세계가 원유를 사기 위해 달러를 보유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산유국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달러 환류(Recycling)’ 구조를 형성하며 미국이 막대한 재정 적자 속에서도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근거가 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부활로 석유 의존도가 낮아지고,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한 탈달러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이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석유 거래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곧 미국 국채를 사줄 ‘강제적 수요’가 사라짐을 의미합니다.
 
트럼프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과 이란을 향한 강경한 행보는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로 풀이됩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늦춤으로써 석유 기반의 경제 시스템을 연장하고, 전 세계가 여전히 달러를 필요로 하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특히 이란은 전쟁 전부터 원유 거래에서 달러 대신 유로나 위안화를 사용하는 등 페트로달러 체제를 정면으로 방해해 왔습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달러 패권에 대한 공격이자, 국채 시스템을 흔드는 위협이었습니다.
 
이란과의 갈등 혹은 전쟁 시나리오는 중동의 원유 결제망을 다시 미국 주도의 질서 아래로 강제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전쟁 초기 또는 분쟁 심화 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위안화 결제 선박만 통과시켜주는 등의 정황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전쟁은 반미 진영의 탈달러화 시도를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달러 결제를 거부하는 세력은 에너지 보급로 자체를 차단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는 효과를 낳습니다. 유가 상승은 산유국들의 달러 수익을 증대시키며, 이는 다시 미국 국채 매입으로 이어집니다. 천문학적인 국채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오일머니’의 유입은 국가 부도를 막는 방어선입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AI와 반도체 등 기술 패권을 통해 달러 지위를 유지하려 하지만, 기술 표준이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공백기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국채 위기와 인플레이션 역류를 막기 위해 미국은 가장 강력하고 익숙한 도구인 ‘석유’를 다시 꺼내 든 것입니다.
 
결국 전쟁의 종식이나 공식 합의의 성패는 '원유 결제 시스템의 복구' 여부에 달려 있다는 관측입니다. 만약 이란이 페트로달러 체제에 끝내 굴복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이란을 '구석기 시대'로 되돌려서라도 안티 페트로달러(Anti-Petrodollar)의 싹을 잘라버리는 극단적 선례를 남길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표와 국내 증시.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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