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변동 내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서학개미들의 유턴을 위해 '국내시장복귀계좌(RIA)' 도입과 양도세 면제라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제시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정책을 다루는 의원들의 시선은 태평양 너머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민주당 의원입니다. 유 의원은 지난해 나스닥 상장사인 쿠팡 주식 2000주를 매수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 의원이 속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탈쿠팡 운동'을 전개했고, 본인 역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을 강하게 질타했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주식 보유량은 '0'인 상태에서 비판의 대상이었던 미국 상장사에 투자한 이 역설적인 행보를 유권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비단 유 의원만의 일이 아닙니다. 강명구·권칠승·박정훈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수의 의원이 국내 주식은 외면한 채 미국 시장에 '몰빵'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선민·윤준병 의원처럼 브라질 국채로 눈을 돌린 사례도 확인됩니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원화 약세의 주범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하며 우려를 표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입니다.
정부는 고배율 ETF(상장지수펀드) 도입과 규제 완화를 통해 "국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시장의 비아냥이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목록에서 증명되고 있는 현실은 뼈아픕니다. 입으로는 '민생'과 '국내 경제 활력'을 외치면서 손가락으로는 해외 주식 매수 버튼을 누르는 공직자들이 있는 한, 개미 투자자들에게 국장으로 돌아오라는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