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언론은 성역이 아닙니다. 누구나 잘못 보도하면 책임을 져야합니다. 정정보도·추후보도도 해야합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 보도할 수 없습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주장은 주장대로 나눠서 보도해야 합니다. 최근까지의 언론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비판이 가능한 것은 언론이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사진=MBC <손석희의 질문들> 캡처)
<뉴욕타임스> 워싱턴 지국장을 지낸 빌 코바치와 <뉴스위크> 의회담당기자 출신인 톰 로젠스틸이 저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제시하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진실 추구 △시민에 대한 최우선적 충성 △사실 확인 △취재 대상으로부터의 독립 △권력 감시 △비판과 타협을 위한 공론장 제공 △대중에게 실효성 있는 뉴스 전달 △뉴스 가치에 맞는 보도 △기자들의 양심 실천 △(시민 포함) 생산자들의 책임감 등입니다.
굳이 이 원칙을 일일히 나열한 것은, 공론의장에서 '언론'과 시민들이 가져야하는 책무를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언론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최대치의 노력을 해야합니다. 보도를 하고 나서도 사실관계 중 틀린 것이 없는지 수차례 확인하는게 언론인의 삶입니다. 그럼에도 보도가 나가면 누군가에게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분명하다면 공론의장에는 이롭습니다.
지난 2025년 9월 시사IN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신뢰받는 언론인' 순위에는 손석희 전 앵커를 뒤따르는 차순위 '언론인'들로 김어준씨, 유시민 작가, 최욱씨입니다. 이들은 기성언론을 비판해왔습니다. 언론이 언론의 책무를 하지 못했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언론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들이 비판해왔던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최근 몇 가지 사건을 보며 공론의장에서 폭넓게 '언론'이라고 인정되는 매체들의 문제는 더이상 헤프닝으로 넘기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이른바 '뉴미디어'라고 불리는, 이제는 대안언론을 넘어 언론 그자체가 된 유튜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소취소 거래설', 'ABC론'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KTV의 이재명-정청래 악수 장면 패싱 논란 음모론은 거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앞에 제시한 사례의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소취소 거래설'의 핵심은 이재명 정부의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고위 검사들에게 공소취소를 거론했고, 검사들은 이를 거래로 인식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김어준씨와 이를 처음 거론한 장인수 기자는 "방송을 끝까지 다 본 것이냐"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성언론도 그렇지 않냐"라는 취지의 비판도 합니다. 그간 왜 기성언론을 비판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ABC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분류한 A(가치)·B(이익)·C(절충) 그룹을 두고, 누구를 지목하느냐를 따지면서 지지자들이 격하게 분열하고 있는데 이를 비판하니 "다 보고 하는 얘기냐"라는 반응으로 돌아옵니다. 그 방송을 진행하는 최욱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두가지 논란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의 지적은 합리적입니다. 공소취소 거래설의 경우, 검찰개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거론하며 측근인 누군가가 검찰과 거래를 하자는 얘기를 했다면 이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언제, 어디서 전달했는지 알 수 없으니 깊게 비판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과 방어 논리의 다툼이 격해진 상황에서 유 작가가 ABC를 들고 나오니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해석하는대로 서로 누군가를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은 엉뚱하게 번집니다. 공소취소 거래설이나 ABC론을 비판하면 문제가 있는 인물로 낙인 찍힌다는 겁니다. 애초 제기됐던 문제는 사라지고,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유 작가가 분류한 이익을 따르는 B그룹으로 몰려 아무런 주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주장도 공론의장에 나와야 합니다. 김어준씨, 최욱씨, 유시민 작가를 비판하면 낙인찍혀 비난받는 상황. 더이상 질문과 토론이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그 시작점이 기성언론의 반대편에서 성장한 대안언론이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공론의장이 무너져갑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