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뉴시스)
지난주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문화계의 시선은 BTS의 광화문 공연에 집중됐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일찌감치 축제 분위기가 형성됐고, 해외에서는 방한을 계획하거나 온라인 생중계를 기다리는 팬들이 급증하는 등 지구 반대편까지 들썩였다.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낸 파장은 단순한 이벤트의 범주를 넘어섰다.
BTS는 한류의 정점에서 세계와 한국 문화를 연결하는 상징적 중심축이다. 2013년 데뷔 당시만 해도 이들이 오늘날 K-콘텐츠의 중심에 설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불과 10여 년 만에 이룬 변화는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다.
지난 21일 BTS 광화문 공연은 단순한 대형 콘서트를 넘어, 한류가 국가 상징 공간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서울의 심장부이자 정치·역사·문화의 상징인 광화문에서 글로벌 아티스트가 공연을 연다는 것은, 대중문화가 국가 정체성과 공공 공간의 위상을 재정의하는 계기로 평가될 것이다.
특히 한국어로 노래하는 K-팝이 세계적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그 중심에 선 BTS가 광화문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은 한류가 더 이상 수출용 아이돌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사회의 문화적 자산이자 세계와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이번 공연은 글로벌 팬들이 한국을 직접 찾게 만드는 문화 관광의 전환점이자, 국가 브랜드를 문화 중심으로 확장하는 사례로도 기록될 것이다.
BTS 경제 효과를 정의하면서 아미노믹스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BTS를 둘러싼 논의는 늘 수치로 시작된다. 수조 원대 생산유발 효과, 관광객 증가, 수출 확대 등 각종 경제적 파급력이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들이 이끄는 한류는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리고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그 다음이다. 이들의 영향력을 과연 경제적 가치로만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가.
BTS가 만들어낸 진정한 가치는 경제 지표의 바깥에 있다. 그들은 한국어로 노래하며 세계 팬들과 소통했고, 청년 세대의 불안과 자아, 연대의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문화적 공감과 정체성의 확장을 이끌어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늘고,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BTS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새롭게 정의했다. 과거 제조업 중심 국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다양성을 갖춘 문화 강국으로 인식되게 만든 것이다. 이는 특정 기업의 수출 실적보다 훨씬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자산이다.
이들이 보여준 사회적 메시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존감, 차별, 청춘의 고민을 다룬 노래는 국경을 초월해 공감을 얻었고, 팬덤은 기부와 사회참여로 이어졌다. 문화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공동체적 행동으로 확장되는 사례다. 이러한 영향력은 어떤 회계 기준으로도 계량화하기 어렵다.
물론 경제적 효과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면, BTS 현상은 일시적인 ‘흥행’으로 끝났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산업’이 아니라 ‘문화의 축적’이다.
이제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한류를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소프트파워이자 장기적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숫자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 BTS가 남긴 것은 산술적인 매출이 아니라 국경과 시대를 관통하며 한국과 세계를 연결한 문화적 유산이자 역사적 자산이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