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서 나프타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의 핵심 원료로,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국내 나프타 공급의 절반가량이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국내 도입 원유의 중동 의존도 역시 70% 수준이다.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요소수를 출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상황은 꽤나 빠듯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길어야 2~3주 수준이다. 다수 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50~60% 수준으로 낮추면서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은 석유화학을 넘어 자동차, 전자, 소재 산업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나프타 대란을 지켜보자면, 2021년 요소수 대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겨울 한국은 요소수 부족 사태로 큰 혼란을 겪었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전력난과 석탄 공급 부족 여파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공급망이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한국의 요소 수입 비중의 97%가 중국산이었다. 요소수 품귀 우려가 커지면서 화물차 운행과 물류 시스템 전반에 차질 우려가 확산했고, 산업 현장도 일시적으로 멈춰 설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특정 국가 의존이 공급 충격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요소수 부족 사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시장 논리다. 국내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요소 생산에서 철수했고, 원료인 암모니아 역시 국내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한 뒤 수입 의존 구조로 전환했다. 해외 조달이 더 저렴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둘째는 시장 다변화 실패였다. 값이 싸고 물량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중국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인 것이다.
지금의 나프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저가 공세와 공급 과잉에 대응해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나프타 중심의 저수익 사업 비중 축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여기에 원료 도입의 중동 의존도까지 높아, 공급망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도 함께 누적돼 왔다.
결국 해법은 수급선 다변화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조달선을 다변화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들고, 원유라는 자원이 중동을 제외하면 대체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국으로는 캐나다와 미국 등이 꼽히지만, 국내 정유업계가 주로 처리해온 중동산 중질유와 특성이 달라, 이를 안정적으로 도입하려면 설비 보완과 운영 조정이 필요하다.
또 다른 딜레마도 있다. 전쟁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외 수급이 흔들린다고 생산 기반을 다시 확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익성이 걸림돌이 된다. 실제로 삼성은 요소를 생산하던 2011년 한 분기에 1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반대로 현 체제를 유지하자니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효율성에 치우친 산업 구조가 위기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는 사례인 것이다. 문제는 이를 알면서도 마땅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익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산업계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