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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위기, 이제 시작
입력 : 2026-03-16 오후 5:10:46
(사진=뉴시스)
 
국내에서 매출의 90% 이상을 올리고 있는 쿠팡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3370만건에 달하는 역대급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이후, 김범석 의장의 한국 패싱과 국내 수사기관을 통하지 않은 자체 조사,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난 쿠팡 임원진의 불성실한 태도와 허위 증언 등이 이어지며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 결과가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국 최근 쿠팡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했다는 세간의 비아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이상 징후는 실적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 Inc.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약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으며, 순손실은 약 37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같은 4분기 실적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고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수치로, 사건 발생 이후 쿠팡의 대응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명확히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쿠팡은 진위가 의심되는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 발표하며 우리 정부 당국과 진실게임 공방으로 이슈를 몰고 갔다. 피해자 기만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5만원 쿠폰 보상안을 끝까지 고집하며 국내 소비자를 우롱했다.
 
수년간 이어진 쿠팡의 독주 체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실적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연매출 50조 달성 목표에 실패한 쿠팡은 올해 역시 국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경영진의 대응에 실망한 핵심 소비층의 이탈 규모가 그들의 자만과 달리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매력을 갖춘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탈팡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는 데이터로도 증명됐다. 쿠팡의 전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작년 12월 34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달 3364만명으로 줄어, 두 달 만에 약 120만명이 이탈했다.
 
주목할 부분은 연령대별 결제 데이터다. 전 연령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용자 수가 감소했지만, 40∼60대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가계 소비의 주도권을 쥐고 식료품과 가전 등 고정적이면서도 고단가 구매층을 형성하고 있는 40∼60대 고객 이탈은 위험 신호로 감지된다. 이 연령대 고객들은 한 번 정착하면 채널을 잘 바꾸지 않는 특성이 있는 만큼, 구매 채널에서 이탈했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징후로 해석된다.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쿠팡의 전체 월간 신용·체크카드 결제 추정액은 작년 11월 4조4735억원에서 지난달 4조220억원으로 약 10.1% 줄어들었다. 50대는 같은 기간 9704억원에서 8502억원으로 약 1202억원 감소해 감소액이 가장 많았다. 40대는 약 1167억원 줄어 뒤를 이었고, 60대 이상은 339억원 감소했다.
 
석 달 새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만 결제액이 2710억원 증발한 것으로 전체 감소액의 약 63%를 차지하며 매출 감소의 결정타가 됐다.
 
결국 탈팡 행렬이 본격화됐음에도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자신들의 대항마가 없다는 인식 속에 소비자 반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오만한 행태로 일관했다. 일례로 지금까지 핵심 경영진의 제대로 된 사과나 책임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은, 최소한의 기업 윤리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경영 태도이자 사상 최악의 고객 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일말의 반성조차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업자득'. 최근의 쿠팡에 가장 걸맞은 수식어일 듯싶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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