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글로벌 각국에 무차별 조사를 실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2라운드’ 막을 올렸다. 지난해 2월14일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사실을 발표하고 4월1일 발효한지 약 1년 만에 전세계가 다시금 통상 전쟁에 직면한 셈이다.
지난해 4월2일 상호관세 발표 자리에서 무역장벽보고서를 꺼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동맹과 우방 할 것 없이 무차별 관세 펀치를 날렸던 1라운드 관세 전쟁의 결과는 미 대법원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려 트럼프 대통령이 판정패를 당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보란듯이 더 큰 관세폭탄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세계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의 관세를 매긴 바 있다. 이마저도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상태로 앞선 위법 판결을 받은 상호관세를 ‘복원’하겠다는 목적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번에 미국이 근거로 삼은 무역법 301조는 사실상 ‘비수’에 가깝다. 해당 법은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즉, 미 행정부 뜻대로 판단하고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결과를 정해놓고 과정을 만든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에 조사가 진행되는 내용을 보면 이 같은 추측을 사실로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등 글로벌 각국에 301조 조사 사실을 알리면서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을 트집 삼았다. 먼저 과잉 생산의 경우는 주요 무역 상대국이 세계 수요와 동떨어지게 생산 능력을 발전 시켰고, 이로 인해 미국의 무역 적자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물론, 중국의 과잉 생산과 막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전세계에 ‘덤핑’ 효과가 일부 나타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의 철강업계가 대표적으로 이에 신음한 바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각국의 ‘과잉 생산’을 자국의 무역 적자의 원인이 됐다는 미국의 주장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강제 노동’ 역시 타국이 강제노동을 채찍 삼아 인위적인 비용 측면의 우위를 점해 미국이 불리해졌다는 논리다.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차단하고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명목이다.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 두 주제와 관련해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목적성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잉 생산도 빈약한 논리를 가져다 붙여 관세 부과 근거로 사용할 수 있고, 강제 노동 역시 한국 기업의 원자재 공급망에 이와 관련한 것이 연관된 것으로 미국이 판단하면 연대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정부의 협상과 향후 조사 결과를 열어 봐야 알겠지만, 이제 시선은 3월말로 쏠린다. USTR은 매년 3월말 무역장벽보고서를 발표하고 무역 상대국을 압박해 온 바 있다. 자국 산업계 의견만 청취하고 미국에 불리한 내용을 개선해 달라는 일종의 ‘시위’다. 지난해는 한국에 대해 국방 분야 절충교역이 불공정하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전자 상거래 및 디지털 무역 장벽, 망 사용료 부과 추진, 온라인 플랫봄 법,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등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간주하고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 이 ‘무역장벽보고서’를 흔들며 쇼맨십을 펼쳤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위협에 지난해 한미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12일 후속 조치의 일환인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한국이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에 따른 관세 발표 자리에서 올해 무역장벽보고서를 흔들며 세리머니를 펼칠지도 모른다. ‘미치광이 전략’에 따른 통상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