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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편익과 상권 상생, 그리고 표심
입력 : 2026-03-11 오후 4:39:37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또 선거 철이 됐습니다. 이쯤 되면 유통 규제 같은 생활밀접형 주제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이번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입니다. 대형마트에도 새벽배송을 허용하자는 내용이 핵심인데, 소상공인 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일은 새로운 풍경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의 명분은 나름 탄탄합니다. 돌이켜보면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를 묶어두는 사이, 정작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더 큰 공룡이 새벽배송 시장을 조용히 독식하도록 내버려둔 꼴이 됐습니다. 
 
쿠팡과 컬리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거침없이 성장했고, 골목상권은 오히려 더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규제가 지키려 했던 걸 오히려 내준 셈입니다. 쿠팡이 3000만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치고도, 고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규제의 틈에서 마련해 온 독식 구조였습니다.
 
그러니 여당의 논리가 틀린 건 아닙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는 타당합니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면 온라인 플랫폼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고, 소비자 선택지도 넓어집니다.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에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해볼만 합니다.
 
다만 6월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는 점은 여당의 셈법을 어렵게 하는 모양입니다. 전국 소상공인 790만명의 무게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소비자 편익을 앞세우자니 소상공인 표가 흔들리고, 소상공인 편을 들자니 개정안의 명분이 흐려집니다. 
 
더 묘한 건 표심의 방향이 단순하지 않다는 건데요. 새벽배송을 즐겨 쓰는 소비자가 동시에 동네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인 경우도 너무나 흔합니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상황일수록 가벼운 정책은 쉽게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개정안이 진정한 유통 생태계 개혁의 첫걸음이 될지, 아니면 선거를 앞두고 꺼내든 명분 좋은 카드인지는 후속 조치를 보면 드러날 겁니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실질적 견제와 설득력 있는 소상공인 상생안이 따라와야 할 때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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