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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얼평'
입력 : 2026-03-10 오후 5:30:13
약물이 든 음료로 남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 씨의 신상과 머그샷이 공개되자 온라인 상의 반응이 순식간에 뒤집혔습니다.
 
서울북부지검은 9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피의자 김소영 씨의 이름과 나이, 머그샷을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12일 살인 혐의로 구속된 지 25일 만입니다. 경찰은 앞서 범죄 수법의 잔혹성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신상 공개를 보류했지만, 그 사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씨의 사진이 퍼지며 여론은 이미 형성돼 있었습니다.
 
사건 초기 온라인에는 "예쁘니까 무죄", "저런 여자가 모텔에 가자고 하면 거부할 남자가 있을까" 같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머그샷이 공개되자 분위기는 또다시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외모로 사기쳤다"며 사기죄까지 추가해야 한다는 식의 조롱이 쏟아졌습니다.
 
가해자의 외모를 이유로 범죄를 두둔하던 반응이 이제는 외모와 범죄를 함께 조롱하는 반응으로 바뀌었습니다. 방향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같습니다. 범죄의 내용보다 가해자의 얼굴을 먼저 소비하는 문화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유정, 이은해, 정유정 씨의 살인사건에서도 범죄 내용 못지않게 가해자의 얼굴과 외모가 크게 소비됐습니다.
 
이 사건을 지인들과 이야기하던 중 한 가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왜 어떤 범죄자는 머그샷이 공개되고 어떤 범죄자는 공개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지난해 '파주 부사관 아내 감금 사건'의 가해자는 자신의 학대로 거동이 어려워진 아내를 배설물과 쓰레기가 가득한 방에 3개월 동안 감금하고 방치했습니다. 피해자의 몸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괴사가 진행될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태연히 회식을 다녔고, 처가의 방문에는 "아내가 자고 있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또 2013년에는 직장 동료 여성에게 극단적인 성폭력을 가해 피해자의 장기를 손상시키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장기를 끌어내는 수준의 잔혹한 폭력이었지만 가해자는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들 남성 가해자의 얼굴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여성 살인범 사건은 유난히 빠르게 신상과 사진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의 강력범죄가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는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여성 범죄 여부가 아닙니다. 범죄자의 얼굴과 외모에 더 관심이 쏠리는 문화입니다.
 
김소영 씨 사건이 소름끼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적 욕구 때문에 사람을 살해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닙니다. 살인범의 얼굴부터 평가하고 소비하는 사회의 모습 역시 그에 못지않게 섬뜩합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9일 서울 강북구 모텔에서 20·30대 남성들에게 약물을 먹여 사망·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김소영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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