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의 한 대학가 게시판에 원룸 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대학가의 봄은 더 이상 설렘으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강의 시간표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방값 시세이고, 새 학기 준비물 목록의 맨 위에는 ‘월세 감당 가능 여부’가 올라와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주거는 삶의 출발선이 아니라 넘기 어려운 첫 관문이 됐습니다.
최근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가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통계상 상승률은 한 자릿수에 그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압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역세권 신축 원룸은 이미 학생 신분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에 진입했고, 관리비와 공과금까지 더하면 웬만한 사회 초년생 월급과 맞먹는 수준이 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렴한 대안’으로 여겨지던 반지하와 옥탑방마저 이제는 선택지가 아니라 ‘차선’이 됐습니다.
주거비를 줄이기 위한 선택지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고시텔과 셰어하우스는 이미 포화 상태이고, 조금이라도 환경이 나은 곳은 대기자가 줄을 섭니다. 결국 일부 학생들은 통학 시간이 길어지는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거나, 낯선 이와 방을 나눠 쓰며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독립을 통해 삶의 기반을 다져야 할 시기에 오히려 생활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셈입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합니다. 전세사기 이후 전세 물량이 급감하면서 임대 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됐고, 임대인들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이유로 월세를 선호합니다. 여기에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가격을 억제할 장치는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인상 폭이 제한되는 월세와 달리 관리비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숨은 임대료’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청년 주거난은 더 이상 개인의 소비 문제나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과 노동, 이동의 기회를 제약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청년들은 학업과 진로 탐색에 투입해야 할 시간과 자원을 생계 유지에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미래 세대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기숙사 확충과 공공임대 확대가 해법으로 거론되지만, 부지 확보와 사업성이라는 현실의 벽은 높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기엔 청년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습니다. 대학가 주거 문제를 단순한 계절적 수요 증가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도시 정책과 주거 복지의 우선순위 속에서 재정렬해야 할 시점입니다. 청년에게 집은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발판입니다. 그 발판이 무너진다면 개인의 미래뿐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