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회 본청에 들어서면 로텐더홀로 향하는 레드 카펫 길을 중앙에 두고 여야 사무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쪽으로 가면 곳곳에 파란색 로고와 함께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피켓이 보입니다. "내란수괴 면회망동, 장동혁은 사퇴하라!", "윤석열 복귀시도, 장동혁을 규탄한다!"는 손팻말이 벽면에 걸려 있습니다.
국민의힘 쪽으로 가도 상대 당을 비판하는 문구가 있는 건 똑같습니다. 국민의힘 사무실이 늘어선 복도 초입에는 "사법파괴 3법 민주당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죽였습니다"라는 큼지막한 검은색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로비를 사이에 두고 여야의 관점과 구호는 냉온탕 만큼이나 온도차가 컸습니다.
정책적 설명이나 성과를 통한 설득보다는 적대적 행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회라는 한 공간에서 일하는 국회의원, 보좌진도 서로에게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는 태세입니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 등을 놓고 물리적 충돌까지 벌였던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와 '12·3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양당 보좌진들도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2026 국회정각회 신춘법회'에 참석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서로 몸싸움을 벌이고 이른바 빠루(쇠지렛대), 망치 등이 등장한데 이어 12·3 비상계엄 때는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에 들이닥치기까지 하면서 양당 사이 감정의 골은 되돌릴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당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튜브와 온라인상에서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단어가 각광받게 되면서 당원들도 극과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극단의 성향을 가진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도적 시각은 자리를 서서히 잃었습니다. 정치인들도 이에 호응하기 위해 당원 입맛에 맞는 행보를 펼치는 실정입니다.
정치의 본령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해 공동의 해법을 찾아가는 데 있습니다. 극단적 언어와 적대적 구호가 복도를 채울수록 정책과 민생은 그만큼 뒤로 밀려납니다. 정치권이 지지층의 분노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머무른다면 양극화 정치의 악순환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