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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의 시간, 매장의 시간
입력 : 2026-03-05 오후 5:07:38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사진=뉴시스)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의 한 홈플러스 매장. 주류 코너 매대 절반이 비어 있었습니다.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물건이 없었습니다.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매출이 1년 전의 10%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옆 어묵 가게를 가리키며 "들어온 지 1년도 안 됐는데"라고 말할 때 그의 표정에는 걱정이 묻어났습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최근 법원은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두 달 연장했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상황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장 취재를 마친 뒤, 마우스를 하나 사려고 매장을 다시 들렀습니다. 원하는 제품이 매대에는 전시돼 있었지만 판매용 재고는 없었습니다. 진열된 상품은 있었지만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은 없었습니다.
 
기업 회생은 법원과 채권단, 투자자가 숫자로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매대가 다시 채워지고, 손님이 돌아오고, 상인들의 매출이 회복되는 것. 유통업에서 회복의 신호는 그만큼 단순합니다. 회생의 시계는 법원에서 움직이지만, 그 결과는 매장에서 확인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도 함께 흘러가고 있습니다. 숫자와 계획 속에서 논의되는 기업의 미래가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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