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근로자를 대체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최소 30년은 족히 걸릴 거라 봅니다.”
건설기계 업계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노동의 종말은 먼 미래의 얘기라고 했다. 그가 예로 든 것이 포크레인이었다. 포크레인은 크게 4개의 관절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두 개의 조이스틱으로 조종한다. 숙련된 작업자라면 거의 자신의 몸처럼 다룬다. 기계보다 더 정밀할 때가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동작을 AI로 구현하려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AI에 관절을 각각 조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입력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엑스포 2026'에서 관람객들이 HD건설기계의 오퍼레이터 챌린지를 보고 있다. (사진=HD건설기계)
군대 속어로 속칭 ‘나라시’라고 부르는 기본적인 평탄화 작업도 AI에 적용하면 아직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섬세한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런 기본 작업조차 아직은 AI보다 사람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는 설명이다.
또 중장비를 완전히 자동화하려면 자율주행, 센서, 제어 시스템 등 여러 기술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그 기술을 융합해 안정적으로 운용할 새로운 장비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AI 기술을 기계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 비용은 물론이고, 이를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장비 모델 개발까지 고려하면 당분간은 사람을 쓰는 편이 더 ‘가성비’가 좋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건설기계는 신흥 개발국이 주요 수입국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만큼, 비싼 최신 자동화 장비보다는 기존 방식의 장비가 더 실용적일 수 있다.
물론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흐름은 대세인 듯 싶다. 19세기 초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지만 대전환을 막지는 못한 것처럼. 지금은 실험 단계에 가까워 보이지만 변화는 늘 생각보다 빠른 법이다. 다만, 관계자의 말처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과연 로봇이 인간을 얼마나, 또 언제쯤 대신하게 될까. 그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한 채, 거대한 변화가 오고 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