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진의원들과 면담을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제21대 대통령선거, 당시의 화두는 어쩔 수 없이 '비정상의 정상화'였습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물든 대한민국의 대의제였죠.
반면 비교적 높은 지지율에도 정권 교체가 이뤄졌던 제20대 대통령선거의 대의제는 '공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0.73%포인트로 엇갈린 운명은 누구의 '공정'을 택할 것이냐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당시의 대선 국면, 출마 선언문을 보면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준다)'을 이야기했습니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불공정을 타파하겠다는 겁니다.
반면 윤석열씨의 공정은 많이 달랐습니다. 그의 출마선언문에 나타나는 공정은 대한민국에 대한 진단이 아니었고, 문재인정부의 부패 및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집중했습니다.
출발이 달랐던 공정에 대한 태도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전 정부에 집착하고, 상대방에 집착한 결과는 망상에 사로잡힌 12·3 비상계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의 공정은 어딜 향해야 했을까요. 2026년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공정을, 윤씨가 보여줬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 대통령은 최근 설탕과 밀가루, 생리대와 교복 등 생활 밀착 품목의 담합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또 설탕과 밀가루 담합의 적발에 그치지 않고, 가격 인하까지 거세게 압박하며 물가 안정을 노렸습니다. 지금의 공정은 주식시장과 더불어 안정적 지지율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담합 적발의 기반은 검찰이었습니다. 결국 윤씨가 잘할 수 있던 공정이었던 셈입니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집중해야 할 공정은, 상대 권력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수사여야 했습니다. 깊게 뿌리 박힌 곳곳의 불공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힘을 적절한 곳에 썼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선이라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영역도 있었죠. 건강한 보수 진영이었다면, 당시 검찰총장 출신의 공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해 줬을 겁니다. 하지만 이념에 사로잡힌 보수는 현재의 참혹한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당은 회생 불가능한 구렁텅이로 향하고 있습니다. 제발 무의미한 이념 전쟁에서, 대상 없이 싸우는 이념 전쟁에서 나와 이념을 뺀 공정의 시대로 나오기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