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회에서는 또다시 필리버스터가 시작됐습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이 25일 법왜곡죄(형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시작으로 '사법개혁 3법' 처리를 예고하면서 3일 간의 여야 대치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전략'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말합니다. 다수당의 일방적 입법을 견제하는 동시에 소수 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합법적 의사표현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남발에 '토론'이라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시간 끌기'로 변질됐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기보다 원고를 낭독하며 표결 지연에 초점이 맞춰진 탓입니다. 이에 어느 순간부터 '누가' 필리버스터에서 '어떤 발언'을 하는지는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렇게 된 배경에는 필리버스터가 국민의힘의 무분별한 '정치적 카드'로 활용된 측면도 있지만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강행도 있습니다.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178명)이 찬성하면 토론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현재 162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과 함께 하루 뒤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킨 뒤 원하는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됨에 따라 민주당 주도로 상정된 법안은 모두 통과 수순을 밟았습니다.
다수당은 강행 처리로, 소수당은 무제한 토론으로 맞서는 극단적 대치가 일상화된 겁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발목 잡기'라 비판하고, 국민의힘은 '양보 없는 반대'를 지속하며 국회에서는 협상과 타협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국민이 국회에 기대하는 것은 생산적 논쟁과 타협이지 정쟁이 아닙니다. 지금은 양당 모두 끝이 정해진 소모전을 반복하는 형국입니다. 필리버스터 제도는 그저 도구일 뿐입니다. 이를 무력화시킨 건 정치입니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의 품격이 달라질 것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