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청년'이라는 소리
입력 : 2026-02-25 오후 5:16:13
지하철 개찰구에 기후동행카드를 찍을 때마다 단말기에서 '청년'이라는 음성이 흘러나옵니다. 제가 찍은 카드에서 나는 소리는 아닙니다. 만 39세 미만 이용자의 카드에서 들리는 음성입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저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됐습니다. 기후동행카드 가격도 5만5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달라졌습니다.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은 이해됩니다. 그러나 할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령을 공개적으로 식별하는 방식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공공 정책은 기준을 세우고 사람을 나눕니다. 청년과 일반 이용자를 구분하고, 노약자는 무임 혜택을 줍니다.
 
2024년 초 도입된 기후동행카드는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이용 대상에서 제외된 채 설계됐습니다. 서울 녹번동 개발 과정에서 중학교 부지가 빠지며 통학 거리가 늘어난 현실을 지적한 청소년 독립언론의 문제 제기가 이어진 뒤에야 지원 확대가 결정됐습니다. 이용 가능 여부와 혜택이 조건에 따라 갈리는 구조는 갈수록 세밀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연령, 소득, 거주지 정보가 시스템에 입력되고 그에 따라 정책 혜택이 달라집니다. 시민의 정보는 행정이 작동하는 핵심 자원이 됐습니다. 문제는 그 정보가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지입니다.
 
2024년 6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에서는 가입자 개인정보 462만건이 유출됐습니다. 아이디와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포함된 대규모 데이터였습니다. 10대 2명이 서울시설공단 서버에 침입해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23일 불구속 송치됐습니다. 제3자 유포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공의 데이터 관리가 얼마나 취약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정책에서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보호의 대상으로 분류되는 청소년이, 결과적으로 공공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 주체가 됐습니다. 
 
연령에 따른 구획이 곧바로 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기 위해 기준을 세우는 일은 불가피합니다. 다만 그 기준이 작동하기 위해 수집되는 개인정보를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공공은 시민을 빠르게 식별하고 분류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정보가 같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을 구분하는 행정은 정교해졌는데, 정보를 지키는 체계와 책임은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지 되묻게 됩니다.
 
공공 서비스의 핵심 자산은 데이터가 아니라 신뢰입니다. 시민을 세밀하게 분류하는 행정이 강화될수록, 그 분류의 기반이 되는 개인정보 보호와 정책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더 정교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편의를 얻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신뢰를 조금씩 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입니다. 지금 공공이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그 질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서울 시내 따릉이 대여소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