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사진=뉴시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자사주를 소각하는 동시에 배당을 늘리는 기업가치 제고 행보에 나섰습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법안 시행이 본격화되면 상장사의 주주환원 확대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그동안 장기간에 걸친 실적 부진과 소비 침체 영향으로 유통기업 전반이 저평가됐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수익성이 점차 회복되며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3차 상법 개정안 입법이 가시화되자 유통업계가 곳간을 풀며 밸류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이마트는 최저 배당 25% 상향 계획에 따라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기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했으며, 오는 3월 주주총회 승인 후 최종 확정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자사주 소각도 단행합니다. 이마트는 발행주식의 2% 이상을 소각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해 4월 28만주를 소각했으며, 올해도 동일 규모의 추가 소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죠.
신세계도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16% 인상한 5200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주주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분기 배당 도입을 검토하고, 올해 안에 자사주 20만주를 소각할 계획이죠.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배구조 재편과 함께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며 주주환원에 나섰습니다. 회사 측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중간 지주사 현대홈쇼핑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중복 상장 리스크를 해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 현대백화점·홈쇼핑·현대그린푸드·한섬·리바트 등 그룹 10개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약 21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전부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그룹 내 전체 계열사 13곳 모두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게 됩니다.
이 밖에 삼양식품은 결산배당 1주당 2600원, 중간배당 포함 연간 4800원으로 확대했고, 오리온은 주당 배당을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인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주당 가치를 높여 주주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총수 일가가 지배주주인 경우 지배구조 장악력을 취약하게 만들죠. 이 때문에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주저하며 눈치싸움을 벌였지만 3차 상법 개정안 입법이 속도가 붙은 이상 더 이상 회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유통기업 특성상 현금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여력이 커 선제적으로 기업가치 밸류업에 나서도 부담이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통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동시에 주주 배당을 확대는 움직임은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부응하는 상징적 조치이자, 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를 각인시키는 신호탄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