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예지 기자] "대부분의 일에 인간이 필요하지 않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가족을 먹여 살리고 의료비와 임대료를 지불하나."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난해 12월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이 기술(AI)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AI가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이 지난 80여일간 뚜렷한 변화를 만들진 못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샌더스 의원의 '경종' 이후로도 여전히 기업과 정부, 개미주주들에게 아낌없이 사랑받으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성장하고 있는 듯 보이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제 귓가엔 그의 말이 웅성거립니다. AI 기술이 불러온 전례 없는 변화는 정말로 인류에 풍요와 안녕을 가져올까요?
물론, AI가 노동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AI가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리란 주장만큼이나 합리적입니다. AI 도입은 노동 과정을 한층 수월하게 하는 윤활유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한국 직장인 AI 사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미 한국 직장인의 61.5%는 업무에 AI 활용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착한 인공지능 전환(AX)'의 핵심은 기존 인력을 유지하며 노동 강도와 위험도를 낮추는 데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어떤 의도로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AI를 '빌런'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이나 사업 결정권자가 AI를 어떤 목적으로 도입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당장 확신이 없다면, 샌더스 의원의 말처럼 속도를 조금 늦추는 편이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우물물에 버들잎 띄우듯, 시민들의 예리한 시선이 '체하지 않는 AI 시대'를 만들 것이라 믿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제작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허예지 기자 r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