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를 보고 나니 묘하게 씁쓸하면서도 웃음이 났습니다. 명품 사기극을 다룬 이야기였지만 보고 난 뒤 남은 것은 범죄의 긴장감보다 우리 사회의 욕망을 들여다본 느낌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요즘 SNS에는 카피 제품이 끝없이 올라옵니다. 진짜와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디자인을 사입해 공장에 넘겼다는 문구도 덧붙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가격 문의드립니다"라는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립니다. 저도 궁금해 댓글을 남겨봤습니다. 500만원대 명품이 300만원대 카피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묘하게도 200만원의 차액이 마치 '합리적인 타협'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장면을 보며 드라마 속 사라 킴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지하 공장에서 만든 가방에 유럽 왕실의 전통과 희소성이라는 이야기를 덧입혀 명품을 만들어냅니다. 사람들은 그 가방의 출신보다, 그것이 상징하는 이미지를 먼저 받아들입니다. 드라마 속 설정이 과장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품은 단순히 품질 좋은 물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종종 나를 어떤 사람처럼 보이게 해주는 장치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건의 진위보다 그 물건이 만들어주는 분위기와 이미지를 더 먼저 소비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과거 가짜 명품 사건이 떠오르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물건의 진짜 여부보다 '명품을 소유했다는 사실'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결국 소비의 대상은 제품이 아니라 사회적 상징이었습니다.
'레이디 두아'의 사라는 브랜드를 지키는 일이 곧 자신의 존재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걸고 환상을 유지하려 합니다. 그 모습은 위험하고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더 나아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이유는 명품의 본질을 아주 단순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명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가치는 사람들의 믿음 속에서 완성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생각보다 허무하게 무너집니다.
SNS 속 카피 제품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진짜를 원하는 걸까요, 아니면 진짜처럼 보이는 기분을 원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