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의약품은 크게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으로 나뉩니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나 미생물, 유전자 등을 이용해 단백질을 배양·정제한 뒤 만드는 약물입니다. 분자 형태가 비교적 커 고분자 의약품으로도 불립니다.
합성의약품은 화학물질을 배합하고 합성해 만드는 약입니다.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분자 크기가 작아 저분자의약품 또는 케미칼 의약품으로 일컫습니다.
사명이 '제약'이나 '약품'으로 끝나는 기업들은 대부분 케미칼 의약품으로 사세를 키운 곳들입니다.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긴 합성의약품이 주력 품목이라 이런 기업들을 흔히 '전통' 제약사들이라고 하죠.
지금까지 산업계를 이끈 쪽은 합성의약품을 내세운 전통 제약사들이었습니다. 처음 연 매출 1조원을 넘긴 곳도, 첫 기술수출을 이뤄낸 곳도 전통 제약사였습니다.
전통 제약사들이 주도했던 판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관통하면서 변화를 맞이합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강자로 떠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첫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셀트리온이 입지를 키우면서 산업계 리더로 부상한 겁니다.
케미칼이 지고 바이오가 뜨는 2020년대 시장 상황은 누군가에겐 요지경 세상이었을 겁니다.
환경이 변하면 빠르게 적응해 살아남는 쪽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도태되는 것처럼 전통 제약사들도 두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으려는 고민을 이어간 이들은 합성의약품 위주였던 파이프라인에 각자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바이오의약품을 추가했습니다. 일부는 신약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 자회사까지 설립했죠. 그만큼 바이오기업의 약진이 맏형 역할을 했던 전통 제약사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는 뜻입니다.
진화를 선택한 종족 중에도 탁월한 적응 능력을 갖춘 개체들이 있기 마련이죠. 전통 제약사에선 기존 의약품 사업을 영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전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곳들이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예컨대 병원이든 가정에서든 환자 모니터링을 자동화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있습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래에 대비해 개체 속성까지 바꾸려는 시도가 성공할지 실패로 끝날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모든 변수가 예측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는 결국 흔적기관밖에 남기지 못할지도 모르죠.
보수적 관점에서 제약바이오 신사업 성공 확률이 5%도 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영역 개척은 낭비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결과에 따라선 헛수고였다는 비판도 감내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전통에만 머무르는 것보다 도전을 택하는 편이 생존에는 유리할 겁니다. 빙하기가 찾아오면 예전 집터를 지키기보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전통적 의미의 제약사들, 전통을 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