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정함은 단순히 기분 좋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의 물리적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기사를 읽었다. 도서 '다정함의 과학'을 펴낸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정신의학자 켈리 하딩 교수를 인터뷰한 것이다. 이 교수는 '래빗 이펙트'로 알려진 동물 실험과 실제 환자 임상 사례(벨라와 데이지)를 분석해 인간관계와 친절이 면역·질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했다. 누군가에게 지지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면역이 강해지고, 반대로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몸은 서서히 마모된다는 얘기였다. 건강은 병원 안이 아니라 관계 속에 숨어 있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관계의 힘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마주했다. 신당동에 위치한 한 야학의 후원의 밤에 참석하면서다. 이날 강학(교사, 가르치며 배우는 사람) 중 한명은 자신을 손흥민 축구 선수의 오랜 팬이라고 소개하며, 그런 퍼포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의 연습뿐 아니라 곁에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람의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할머니가 있었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는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가르쳐주니 손 꼭 잡고 나오라고 서로를 격려하자는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각자도생이 자연스러워진 시대에 다정함은 미덕을 넘어 일종의 생존 조건으로도 읽힌다. 서로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관계의 온기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몸을 지키는 면역처럼, 삶을 버티게 하는 힘 역시 서로에게 건네는 작고 사소한 다정함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