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설날이 지나갔습니다. 모두 평안한 시간 보내셨는지요. 저 역시 오랜만에 가족과 마주 앉았습니다.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음식을 먹으며 그간의 안부를 나눴습니다. 서로의 근황을 전하는 소박한 대화 속에서 명절의 의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명절은 늘 짧고 여운은 유독 깁니다.
설은 음력 1월1일,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큰 명절입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첫 아침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개인에게는 다짐의 시간이자, 공동체에는 관계를 회복하고 다지는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저희 집은 명절이면 으레 게임을 합니다. 전통적인 놀이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한 게임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올해 설에는 탁구공을 튀겨 달걀판에 넣는 게임을 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공의 각도와 힘을 조금만 잘못 조절해도 달걀판에 정확히 들어가지 않습니다. 가족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공의 궤적을 바라보던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두 번째 게임은 이른바 '양세찬 게임'이었습니다. 각자 이마에 붙은 인물이나 주제를 질문을 통해 맞히는 방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이재명 등 예상치 못한 이름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습니다. 질문 하나, 대답 하나에 웃음과 긴장이 교차했습니다.
아내의 본가에서는 윷놀이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윷을 던지는 데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팀 말은 번번이 상대편에게 잡혔고, 경기는 허무하게 마무리됐습니다. 명절의 승부는 늘 그렇듯 결과보다 과정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게 이번 설 연휴도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솔직히 말해 조금 더 누워 있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명절에 먹었던 전이 벌써 그립고, 떡국도 한 그릇 더 먹고 싶습니다. 아직 한참 남은 추석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다만 올해 추석 연휴는 길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는 거의 일주일에 가까운 휴식을 누렸지만, 올해는 나흘에 그칩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명절은 조금 넉넉해야 제맛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도 2028년 설은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져 비교적 여유가 있다고 하니, 그때를 기대해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일상에 다시 적응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아직 몸과 마음이 명절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명절 증후군'인지, 일을 시작하니 괜히 머리가 무겁고 몸도 쉽게 피로해집니다. 그러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시간입니다. 흐트러진 리듬을 다잡고, 새로운 한 해를 차분히 걸어가 보려 합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