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이 본격적으로 커진 배경에는 ‘현지화 전략’과 ‘패키지 딜’이 있다. 단순히 완제품을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정비(MRO)·교육훈련·후속 지원 등 ‘패키지’로 묶어 제안하는 구조가 수출 성패를 갈랐다는 평가다. 구매국 입장에서는 전력 공백을 빠르게 메우면서도, 산업 기반을 키울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현대로템 폴란드 K2 전차.(사진=뉴시스)
이 같은 방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요가 급증한 유럽 시장에서 힘을 발휘했다. 특히 폴란드는 2022년 이후 국내 업체와 누적 약 26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고, 업계는 이를 계기로 유럽뿐 아니라 중남미·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넓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현지화가 확대될수록 일각에서는 ‘기술을 이전하는 만큼 유출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기업이 장기간 투자해 축적한 노하우를 ‘수출’이라는 명목으로 손쉽게 넘겨주며, 스스로 경쟁력을 깎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기술 유출’ 프레임에 대해서는 대체로 선을 긋는다. 방산 기술은 도면만으로 재현되기 어렵고, 양산 체계는 숙련된 인력, 설비, 인프라 등 총체적으로 결합돼야 작동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생산 라인이 존재한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적 양산이 이어지지도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본격 생산이 가능한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한국의 경우, 이미 국내에 전차 생산 라인과 숙련 인력이 있었음에도 실제로 양산하기까지 20~30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도 이러한데, 기반이 부족한 폴란드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폴란드와 한국이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은 건 2022년이지만, 4년이 지난 2026년 현재, 현지에서 가능한 수준은 ‘기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등학생에게 대학생 과정을 가르친다고 해서 바로 따라오는 게 아니다”며 “폴란드가 제대로 전차를 양산할 수 있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설령 10년 뒤 폴란드가 체계를 확립했다고 해도, 그때쯤이면 이 전차는 ‘구형’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폴란드가 향후 한국산 신형 무기를 추가로 도입할 경우, 그에 맞춰 관련 기술과 노하우의 이전도 다시 이뤄질 수 있다. 이미 구축된 현지 공장 설비와 누적된 생산·정비 경험이 있는 만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간은 첫 도입 때보다 단축될 수 있다. 다만 업계는 주기가 줄어든다고 격차가 곧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현지화 전략을 둘러싼 우려는 잠시 접어둬도 좋을 것 같다. 이제 막 호황기에 진입한 방산업계가 무리한 기술 이전을 통해 ‘제 살 깎아먹기’식 결정을 내리진 않았을 터다. 오히려 기술 이전에 소극적인 미국·독일 등과는 다른 전략적 접근으로, 안보 블록화의 장벽을 뚫어낸 ‘K방산식 해법’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