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31일 APEC 정상회의를 위해 포항시 영일만항 선상호텔 피아노랜드호를 방문했다. (사진=식약처)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이어 이번 정부 들어 두 번째로 유임이 결정된 장차관급 인사입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로 판단하자면,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결정은 탁월했습니다.
식약처가 들여다 봐야 할 영역은 식품과 의약품뿐 아니라 화장품, 의료기기, 마약 등에도 이릅니다. 이 가운데 식품 영역에서 식약처가 존재감을 드러낸 순간은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이었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행사 개최 전부터 식음료 취급 시설 사전 점검, 식재료 검수, 조리장 위생 관리 등을 실시했습니다. 행사 기간 식약처가 한 현장점검은 7100건에 달합니다. 특히 식중독균 신속 검사는 총 1563건 진행됐습니다. 식약처는 식중독균이 검출된 11건의 해당 음식을 폐기해 식중독 발생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각국 정상과 고위관리가 모이는 행사에 제공될 음식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으나 실제 식중독 환자는 없었습니다. 식약처가 회의장과 호텔, 주변 음식점을 대상으로 2200건의 점검을 실시하고 식중독 신속 검사 차량 7대를 배치해 비브리오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검출된 음식을 배식 전에 모두 폐기한 덕분입니다.
APEC에서 식품 안전 관리 능력을 뽐낸 식약처는 국제무대로도 진출해 한국식 식재료에 덧씌워진 이름을 고치는 성과도 냈습니다.
김치를 담글 때 쓰는 배추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분류에선 중국식 양배추를 뜻하는 '차이니즈 캐비지(Chinese cabbage)'로 불렸습니다. 지난해 11월 CDOEX 가공과채류분과 의장국으로 선임된 식약처는 김치용 배추 명칭에 '김치 캐비지(kimchi cabbage)'도 추가했습니다.
CODEX 가공과채류분과 의장국 선임으로 영향력을 키운 식약처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식약청(SFDA)과의 할랄식품 인증 실무협의 착수가 대표적 예입니다.
할랄 인증은 식품·화장품·의약품 등 제품이 이슬람 율법을 준수해 생산·가공됐음을 확인하는 종교적 인증입니다.
그동안 한국 식품기업이 이슬람 국가로 식품을 수출하려면 별도 할랄 인증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업계 애로사항은 늘 있었습니다.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 시장에선 할랄 인증을 할 수 있는 민관 기관이 부족한 실정이었습니다.
식약처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과 함께한 실무협의에서 할랄 인증 기관 인정 요건, 심사 절차 및 제출 서류, 현장 심사 방식 등을 논의했습니다.
논의 결과 양측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을 할랄 인증 기관으로 인정하자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오 처장은 지난해 말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규제를 울타리에 빗댔습니다. 어느 영역에서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식약처 존재 이유를 감안하면 울타리를 둘러 규제의 벽을 강화한다는 비유는 통상적일 수 있습니다.
오 처장이 생각한 울타리의 개념은 달랐습니다.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대못과도 같은 규제 울타리를 치는 게 아니라 국민 안심을 지키면서 산업계에도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라는 게 오 처장 구상이었습니다.
필수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울타리를 중시하는 오 처장의 행보가 전 영역에서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