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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시대
입력 : 2026-02-12 오후 3:48:12
최근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카카오톡이 이용자 동의 없이 이용 기록과 이용 패턴을 수집·활용하고 있다'며 관련 서비스 이용 동의를 모두 해제하라는 콘텐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035720) 측은 인공지능(AI) 서비스 도입과 관련한 약관 개정과 효력 발생 시점에 대한 설명이 왜곡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공포와 불신이 먼저 퍼지고 있습니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개정 약관에는 맞춤형 콘텐츠 추천과 광고 제공, AI 생성 결과물의 고지 의무 등 통상적인 서비스 운영 기준이 담겼다고 합니다. 효력 발생 시점도 이미 공지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동의하지 않으면 이용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문구가 확대 해석되며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근 지인들 사이에서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무료 선물' 링크가 메신저로 퍼졌습니다. 링크를 눌러보니 토스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로 보였고, '두쫀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등이 당첨됐다는 안내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수령 과정에서 얼굴 전체 인식 촬영과 통장 인증, 신분증 촬영을 요구하는 절차가 등장하자 다들 본능적인 불안감에 앱을 종료했다고 합니다. 실제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가 나타나는 순간 이용자들은 거부감을 먼저 느끼게 됩니다.
 
그 와중에 토스는 얼굴 인식 기반 결제 서비스 '페이스페이'의 누적 가입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섰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기술 확산과 이용자 확대를 강조하는 메시지와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이용자의 불안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면입니다.
 
이제 인터넷에서 귀여운 동물 영상이나 아이의 신기한 행동을 봐도 곧장 감탄하기보다 먼저 의심하게 됩니다. 위험하거나 돌발적인 장면을 보면 'AI로 만든 것 아니냐'는 댓글이 먼저 달립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환경이 일상이 됐습니다.
 
이런 불신의 시대는 단순히 이용자의 경계심이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플랫폼과 기업이 만들어온 정보 환경의 책임도 큽니다. 과도한 마케팅,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이용자 동의를 형식적으로 처리해 온 관행이 쌓이면서 '기업은 언제든 이용자를 속일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공짜 혜택은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사기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실제 생활에서도 길에서 누가 말을 걸기만 해도 경계부터 하는 사회가 됐습니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보는 많아졌지만, 믿을 수 있는 정보는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 속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와 달리 믿음은 점점 얄팍해지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메신저를 통해 확산된 '무료 선물' 링크 화면. 아이스크림·치킨·케이크 등 경품 이미지를 내세워 이용자의 클릭을 유도하는 형태다. (이미지=토스)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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