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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방패막이를 넘어
입력 : 2026-02-11 오후 5:47:58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미국 대선을 뒤흔든 이 문장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사의 유명 슬로건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시 정치 신예였던 빌 클린턴이 걸프전 승리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던 조지 부시 대통령을 ‘경제 현실을 외면한 지도자’로 규정하며 프레임을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짧은 문장 한 줄은 결국 정권 교체의 신호탄이 됐습니다.
 
잘 짜여진 프레임은 정치나 경제적 문제에 있어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복잡한 현상을 단 한 줄로 규정해 대중의 인식을 지배하고 판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주요 경제단체들이 보여주는 행보는 본질을 꿰뚫는 프레임이 아니라, 오히려 본질을 가리는 ‘가짜 프레임’과 데이터 왜곡으로 점철돼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냅니다.
 
앞서 대한상의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난해 고액 자산가 2,400명이 한국을 떠났다’는 보도자료를 냈으나, 인용한 통계가 신뢰성이 낮고 원문에 있지도 않은 ‘상속세’를 유출 원인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논란에 섰습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검증 없는 인용에 과장된 해석, 정책 압박이라는 전형적인 프레임 생산 과정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재계 맏형에 대한 신뢰성에 흠집이 났다는 평가를 피하긴 어려습니다.
 
경제단체들은 그동안 최저임금, 노조법, 중대재해처벌법, 법인세·상속세 등 주요 경제 현안마다 재계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스피커’ 역할을 해왔는데, ‘재계의 정책 주장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라는 근본적인 회의가 확산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과거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의 프레임을 공격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실체’를 프레임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경제 단체 또한 통계를 비틀어 공포를 조장하는 대신, 기업 현장의 실질적인 규제 병목 지점을 정확히 타격해야 합니다.
 
대기업의 방패막이를 넘어 국가 산업 생태계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렬돼야 하는 것입니다. 경제단체들이 본질을 외면한 채 프레임 전쟁에만 몰두한다면, 역사는 다시 한번 서늘한 위 문장을 그들에게 돌려줄 것입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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