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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진 자리에 AI가 뜬다
입력 : 2026-02-09 오후 2:03:12
인류의 가장 오래된 낭만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너머의 ‘또 다른 지구’를 상상하는 일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 언젠가 인류가 직접 붉은 먼지를 밟고 서서, 척박한 땅을 제2의 지구로 개조하는 ‘테라포밍’의 기적을 이뤄내리라 믿었던 이유다. 
 
AI 연산을 위한 저궤도 위성 군집이 데이터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밤하늘을 뒤덮고 있는 미래 모습. (사진=구글 제미나이)
 
2026년 현재 머스크의 시선은 인간이 아닌 다른 곳을 먼저 향하고 있다. 그의 구상은 사람을 보내기 전에 인류의 지식과 연산 능력을 집약한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먼저 궤도 위로 올리는 데 맞춰져 있다. AI가 우주 개척의 ‘선발대’가 된 셈이다. 
 
우주는 인간이 살기엔 지나치게 척박한 공간이다. 하지만 전력에 굶주리고 열기에 신음하는 데이터센터에는 오히려 최적의 환경에 가깝다. 지상에서 막대한 전력과 냉각수 소비로 ‘환경의 적’, ‘민폐 시설’ 취급을 받던 존재가 역설적으로 지구 밖에서 가장 효율적인 산업 인프라가 될 수도 있다.
 
지상에서는 서버를 돌리기 위해 막대한 전력을 끌어와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수십만 톤의 냉각수를 쏟아부어야 한다. 우주에서는 대기에 가로막히지 않은 태양광이 높은 효율로 24시간 공급되고, 영하 270도에 달하는 극저온 환경이 그 자체로 거대한 천연 냉각 장치가 된다. 지상에서 막대한 비용과 환경 부담을 감수해야만 얻을 수 있었던 ‘에너지’와 ‘냉각’이, 우주에서는 기본 조건처럼 주어지는 셈이다.
 
물론 대가는 없진 않다. 이미 천문학계는 절망적인 보고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천문연맹(IAU) 산하 ‘어둡고 조용한 하늘 보호 센터(CPS)’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저궤도 위성 군집으로 인한 광공해는 육안 관측이 가능한 별의 개수를 전 지구적으로 15% 감소시켰다. 윤동주 시인이 노래했던 ‘별 헤는 밤’이 궤도를 뒤덮은 위성 군집에 밀려날 처지인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차세대 거대 전파망원경 배열(SKA)의 초기 관측 결과, 우주 데이터센터 위성들이 내뿜는 초고주파 대역의 전파 간섭이 심화되면서 외계 행성의 대기 분석 시그널 중 약 45%가 회복 불가능한 데이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는 “우리가 AI의 연산 능력을 얻는 대가로 우주의 기원을 읽어낼 눈을 스스로 가리고 있다”며 전 지구적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별빛이 사라진 자리를 데이터의 신호가 대신하는 시대. 인류는 화성에 가기 전, 먼저 밤하늘을 서버의 숲으로 뒤덮는 선택을 하고 있다. 우리는 별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었지만, 그 여정의 끝에서 정작 별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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