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되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게임사 넥써쓰는 최근 AI 에이전트 전용 소셜미디어 '몰트북'을 기반으로 한 게임 2종을 공개했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이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용자가 업로드한 AI 에이전트끼리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벌인 뒤 그 결과를 다른 사람이나 또 다른 AI 에이전트가 투표로 평가해 승패를 가립니다.
게임을 하는 주체도, 판단을 내리는 주체도 AI입니다. 인간은 설계자이자 관전자에 가깝습니다. 게임의 재미는 조작 숙련도가 아니라 AI가 어떤 논리로 주장하고 설득하며 선택을 내리는지를 지켜보는 데서 나옵니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이미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는 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글로벌 3대 AI 모델이 포켓몬스터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매일같이 도전하는 방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AI가 길을 헤매고,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며, 때로는 놀라운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봅니다.
이 실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AI 기업들은 이러한 게임 도전 과정이 오늘날 이용자들이 AI 챗봇에 요구하는 능력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판단합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기간의 계획을 세우며 상황에 따라 의사 결정을 조정하는 능력. 이는 게임에서도, 실제 업무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요구되는 역량입니다.
과거 게임 AI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응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AI는 게임이라는 가상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실패를 학습하며 전략을 수정합니다. 게임은 AI에게 가장 복잡하면서도 안전한 훈련장이 된 셈입니다.
이제 게임은 사람이 즐기기만 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AI가 사고하고 성장하는 실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가 게임을 깨는 장면을 지켜보는 일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AI의 판단 능력을 미리 엿보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만 작성할 수 있는 커뮤니티 '봇마당'.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