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건설현장 작업복을 입은 젊은 근로자의 영상이 하나 떠올랐다. 섬네일이 묘하게 눈길을 끌어 무심코 눌러봤다. 화면 속 인물은 현장에서 춤을 추고 있었고, 잠시 뒤 이 영상이 HDC현대산업개발 공식 계정에 올라온 콘텐츠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 공식 계정에 올라와있는 영상들.(사진=HDC현대산업개발 인스타그램 캡처)
영상 속 ‘근로자’는 실제 현장 인력이 아니라 댄서였다. 작업복 차림의 댄서는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였고, 그 뒤로는 크레인과 안전모를 쓴 근로자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화면에는 안전 수칙과 현장 관련 안내 문구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춤에 시선이 붙잡힌 채 영상을 보다 보니, 메시지를 읽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 낯설지만 신선했다.
이 계정에는 이 같은 영상뿐 아니라, 각종 밈(Meme)을 활용한 콘텐츠와 인공지능(AI)으로 침팬지를 인간화해 만든 시트콤 형식의 영상까지 올라와 있다. 딱딱하고 투박하다는 이미지의 건설현장이, 가장 트렌디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셈이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해 출범한 HD건설기계 홍보 영상 캡처.(사진=HD건설기계)
이 같은 변화는 중후장대 기업들의 광고에서도 확인된다. HD현대의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해 출범한 ‘HD건설기계’ 광고가 대표 사례다. 국내 1·2위 건설기계 기업이 결합해 출범한 이 회사는, 두 브랜드를 신랑과 신부로 의인화해 결혼식을 올리는 콘셉트의 광고를 선보였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을 ‘결혼’이라는 친숙한 단어로 알린 것이다.
포스코 역시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내 프로리그 LCK의 공식 후원사로 나서며 10~30대가 주 시청층인 e스포츠 무대에 진입했다. ‘철에는 판타지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게임 캐릭터의 무기인 ‘다리우스의 도끼’를 자사 신소재 고망간강으로 실제 제작해 전시하기도 했다. 댓글에서도 “신소재 설명도 하면서 기업 이미지도 젊게 만들었다”, “원래 이런 광고는 잘 안 보는데 몰입도가 괜찮다”, “게임 속 무기가 현실로 나오니 인상적이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포스코가 자사 신소재 고망간강으로 실제 제작한 게임 캐릭터의 무기 ‘다리우스의 도끼.’(사진=포스코 유튜브 캡처)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꼰대 기업’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이라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우수 인재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젊은 분위기와 이미지를 콘텐츠로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1020 미래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한 과감한 기획과 스토리텔링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중후장대 산업 전반의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