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다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이래도 되나?" 싶은데,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논란은 스쳐 지나가고, 플랫폼은 다음 콘텐츠를 예고합니다. 무게를 잃은 건 콘텐츠만이 아닙니다. 판단의 기준 자체도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최근 디즈니+ 예능 '운명전쟁49' 공개를 둘러싼 논란도 그렇습니다. 출연진 중 한 명인 박나래는 전 매니저들과의 법적 분쟁, 갑질 의혹, 이른바 '주사 이모' 논란까지 겹치며 지난해 말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 공개 일정은 예정대로 잡혔습니다. 제작진은 "여러 패널 중 한 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고, 포스터와 예고편에서는 그의 모습이 빠졌습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방식입니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 앱. (사진=뉴스토마토)
지상파였다면 어땠을까요. 공영·민영을 막론하고 여론의 부담은 훨씬 컸을 것입니다. 정부의 허가·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인터넷(IP)TV와 케이블TV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법적 판단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 물의'라는 기준 앞에서 출연을 자제하는 관행이 작동해왔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공적 매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문제였습니다.
OTT에는 그 장치가 없습니다. 규제의 테두리 밖에 있고, 정부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습니다. 남는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상업성. 흥행이 되는가, 안 되는가만 보는 거죠. 논란은 때로 마케팅이 되고, 공백은 편집으로 가리면 그만이라는 식입니다.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에도 플랫폼은 "선택은 이용자의 몫"이라며 한 발 물러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가벼움이 반복될수록 기준선은 점점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패널 중 한 명"이고, 내일은 "논란은 개인사"가 되고 있습니다. 책임을 묻는 질문은 흐릿해지고, 콘텐츠는 점점 더 빨리 소비되고 잊혀가고 있습니다. OTT가 자유로운 실험의 공간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자유에는 무게가 따라야 합니다. 지금의 OTT는 너무 가볍습니다. 그리고 그 가벼움이, 생각보다 오래 남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