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흡연이 법으로 전면 금지돼 있지만 조종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과 제도가 금연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에도, 조종실 내에서의 흡연을 적발하거나 제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국내에서 운항 중인 한 항공기 조종실 입구.(사진=뉴스토마토)
항공기 내에서는 승객과 승무원 모두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승객은 화장실 등에서 흡연할 경우 연기 감지 센서가 작동돼 즉각 적발되며, 착륙 후 하기 조치나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조종실에는 이러한 센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기장과 부기장 두 명만이 있는 밀폐 공간에서 흡연이 이뤄지면 사실상 이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조종실 내 흡연은 제보가 없는 한 회사나 당국이 인지하기 어렵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흡연은 ‘항공안전 의무보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종사·승무원·정비사 등 항공종사자가 스스로 보고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제도적 공백이 존재하는 셈이다.
더욱이 항공사마다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의 기내 흡연에 대한 징계 수위도 들쭉날쭉하다. 한 항공사는 비행 정지 1개월에 그치는 반면, 다른 항공사는 2개월 이상 운항에서 배제하는 등 기준이 제각각이다.
일부에서는 회사 차원의 징계만 내린 뒤 당국에 별도로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운항 중 흡연이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물거나 자격정지 180일 등의 처분이 이뤄지지만 실제 징계 사례는 드물다. 의무보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규정 위반이 발생해도 회사와 감독당국 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 허점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회사와 당국 모두 적발이 어려워 사실상 기내 흡연이 이뤄져도 ‘눈가리고 아웅식’ 관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역시 조종실이 구조적 특성이나 제보 없이는 흡연 사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관련된 법 개정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현행 법령 내 공백을 지적하며 “기장의 기내 흡연은 조종실 화재 위험을 높이고 판단력과 집중력을 저하시켜 항공기 안전운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 안전에 대한 최종 책임자가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기내 음주, 마약류 섭취, 흡연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항공안전법을 개정하고, 사실 확인 전까지 직무에서 배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라고 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