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풀이식 관세정책이 각국의 보호무역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가 두 번째 대통령 도전에 나서며 약속한 것은 두 가지다. '일자리'와 이것을 통한 '자국 중심의 산업화'였다. 여기에는 '불법 이민' 단속 강화도 포함됐는데, 이 공약에 열광한 백인들은 온갖 의혹에 휩싸였던 트럼프를 다시 한번 선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와 노르웨이를 방문한 강훈식 비서실장이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의 미국이민세관집행국(ICE)은 아무 잘못 없는 미국 시민권자이자 백인을 두 차례 숨지게 하면서 여론은 들끓게 됐습니다. 반대로 계산 없이 뱉어낸 관세정책은 전통적인 우방과 통상 관계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동맹국들로 하여금 '미국 중심의 공급망' 신뢰를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과 무역에서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 등의 발언으로 도발했고, 그 결과 캐나다는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각자도생'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캐나다는 한국을 적극 초청해 전략적 산업 파트너십을 요청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방산 특사'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강점 사업을 가진 CEO를 동행했다. 며칠간 캐나다 방문 후 강 비서실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적·경제적 맥락에서 커다란 상징성을 지닌 것으로 전통적 우방 관계가 단순한 충성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 이익과 전략적 선택의 관계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는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시끄럽지만, 그 공백을 메우려는 세계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의 오랜 숙원(?)이었던 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19년 만에 완료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이 협정은 양측이 처음 협상을 시작한 후 거의 20년을 끌어온 결실로 상품의 90% 이상에 대한 관세 인하·철폐를 골자로 한 대규모 FTA다.
이 협정의 의미는 단지 숫자에만 있지 않다. 인구 약 20억, 전 세계 GDP의 약 1/4을 아우르는 거대한 시장이 관세 장벽을 낮추며 상호 교역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미국 중심의 무역 질서와 다른 '규칙 기반의 다자간 협력 모델'이 적극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방 언론인 가디언은 "모든 협정의 어머니(the mother of all deals)"라고 표현하며 그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관세로 시작된 혼란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의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일극적 질서가 흔들리는 사이, 유럽·아시아·북미 각 축이 자체적으로 강건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어디에 중심을 두고,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 명확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인 무역 이슈를 넘어, 대한민국의 장기적 번영을 위한 국가 전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