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2호에 실려 발사되는 국내 큐브위성 K-라드큐브는 시작부터 속도전이었습니다. 설계부터 제조, 시험, 발사 준비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11개월입니다. 기존 우주 개발 일정과 비교한다면 파격적으로 촉박한 일정이었습니다.
우주 개발은 보통 수년 단위로 움직입니다. 요구 조건을 정의하고 설계를 검증하고 반복 시험을 거치는 과정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축적된 노하우가 개발 속도를 당기기도 합니다.
유인 달 탐사 임무에 동승하는 위성은 안전성과 신뢰성 기준이 더욱 까다롭습니다. 더구나 유인 달 탐사 동승은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1년도 채 되지 않는 개발 기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입니다.
이 촉박한 일정을 맞춘 핵심에는 인공지능(AI) 설계 기술이 있었습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K-라드큐브 개발 과정에서 AI 기반 설계 기법을 적용해 설계 시간을 대폭 줄였습니다.
이 사례는 우주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제조, 반도체, 바이오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AI는 혁신이 아니라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경쟁력의 도구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를 내기 위해 AI를 쓰는 단계로 넘어간 것입니다.
AI는 이제 산업의 방향을 바꾸는 기술이기보다 산업이 요구하는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 기술로 확장되는 분위기입니다. K-라드큐브의 11개월 개발 일정은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참여조차 할 수 없는 시대, 그리고 그 속도를 가능하게 하는 AI가 이미 산업 여기저기에 경쟁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K-라드큐브 모형. (사진=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