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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을 위한 금융위원회
입력 : 2026-02-03 오후 3:41:04
(사진=뉴스토마토)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032830)에 대한 특혜를 사실상 조장하거나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삼성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이 납입한 보험료 5444억원을 활용해 삼성전자(005930) 지분 약 8.51%를 매입했습니다. 유배당보험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배당금 형태로 계약자에게 환원하는 상품입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은 채 배당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권익 침해 논란이 본격화했습니다.
 
삼성생명이 당시 매입한 삼성전자 주식 5444억원어치는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약 90조원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해당 주식을 매각하지 않아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0년 대법원도 삼성생명과 유배당보험 계약자 간 소송에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주며 미실현 이익에 대해서는 배당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 대비 3% 미만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총자산이 약 300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 약 90조원으로 계산하면 자산운용 비율은 20%를 훌쩍 넘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이 이처럼 막대한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은 금융위가 방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보험업법에 자산운용 방식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보험업감독규정이라는 금융위 고시를 통해 보험사 자산운용 방식을 규제했습니다. 다만 은행·증권사·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들과 달리 보험사에 대해서는 주식과 채권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했습니다.
 
취득원가 기준으로는 주식의 현재 가치나 시장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시가 평가가 원칙으로 적용됩니다. 그럼에도 보험사만 금융위의 제도 설계 덕분에 30~40년 전에 매입한 주식까지도 당시 취득원가로 자산을 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제도 아래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삼성생명입니다. 총자산 대비 20%를 넘는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이재용 회장-삼성물산(028260)-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사실상 금융지주사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재용 회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만으로도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까지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습니다.
 
금융위가 보험업감독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해 자산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로 설정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옵니다. 삼성생명법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금융위가 해당 기준이 삼성생명에 특혜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취득원가 방식을 채택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집니다.
 
국회에서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삼성생명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충분한 동력을 얻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더 나아가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들 모두가 공천받지 못하면서 삼성을 정면으로 겨냥한 의원은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벌 지배구조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회의원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원내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 역시 해당 법안 추진에 뚜렷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김현정 민주당 의원 등 일부 소수 의원만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야당 또한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생명법 제정이 아니더라도 금융위가 보험업감독규정만 개정하면 바로잡을 수 있지만, 금융위는 책임을 입법 영역으로 넘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유배당보험 계약자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과거의 제도적 판단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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