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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패러다임의 변화
입력 : 2026-02-02 오후 2:59:3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암은 오랜 시간 인류를 괴롭힌 존재입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암종도 세분화했고 이에 맞춰 치료 수단도 다양해졌습니다. 큰 갈래인 폐암 중에서도 비소세포폐암, 소세포폐암으로 나뉘고 비소세포폐암은 편평상피세포암이나 선암, 대세포암으로 갈라지면서 암종에 맞는 치료제가 개발되는 식입니다.
 
항암제 역사 첫 페이지는 화학항암제로 장식됐습니다. 화학항암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퍼지는 암세포를 사멸해 치료 효과를 냅니다. 암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른 점을 공략한 건데, 이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에 성장하는 모발 세포도 공격합니다. 화학항암요법을 진행할 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화학항암제에 이어 등장한 치료요법은 표적항암제입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가 특징적으로 가지고 있는 분자를 공격하는 약물로,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관여하는 주요 효소를 차단하거나 암 조직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신생 혈관을 억제합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세포를 공략하는 화학항암제와 달리 암세포에만 작용해 비교적 부작용이 적습니다. 기존 항암제와 병용해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표적항암제 특징 중 하나입니다.
 
가장 최근 등장한 항암 치료 옵션은 면역항암제입니다. 기존 항암제가 세포를 타깃해 약물을 사멸하는 기전이라면 면역항암제는 몸의 면역 기능을 통해 암세포를 공략합니다. 타깃할 수 있는 암세포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와 달리 여러 암종에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항암제가 점점 진화하고는 있지만 암은 여전히 정복하기 어려운 질병입니다. 아무리 좋은 약을 쓰더라도 암세포가 내성을 가지면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죠.
 
암세포의 항암제 내성은 약물이 발전할수록 심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실제로 표적항암제는 여러 세포에 작용하는 화학항암제와 달리 특정 암세포만 타깃하기 때문에 내성 발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암세포가 더 정교해진 공격을 받는 만큼 나름의 대응책을 만드는 셈입니다.
 
면역항암제 투여에 따른 암세포 내성은 더 심해집니다. 약물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니라 면역세포 기능으로 암세포를 공격해야 하는데, 암세포 입장에선 약물보다 내성을 갖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는 겁니다. 여기에 개인마다 효과 편차를 보이는 면역항암제 단점이 더해지면 암세포 내성은 꽤나 큰 골칫거리가 됩니다.
 
지금까지의 항암제 패러다임이 암세포를 얼마나 잘 죽일지였다면 앞으로의 항암제 개발 초점은 내성 극복에 맞춰질 겁니다. 이를 증명하듯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항내성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항내성 항암제는 암세포의 내성 발현을 억제해 함께 투여하는 다른 항암제의 효과를 끌어올리는 개념이 골자입니다.
 
암세포가 아니라 암세포의 내성을 잡는 항암제는 한국 기업에겐 노다지입니다.
 
기존 항암제 개발 역사에서 선두주자는 늘 해외 기업이었습니다. 올해 약물별 매출 순위에서도 1위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유력합니다.
 
현재로선 한국 기업이 개발한 항암제가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나 항내성 항암제 분야에선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없는 상태니까요.
 
암이 정복되지 않는 영역이라는 건 그만큼 항암제 수요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통합니다. 그동안 늘 후발주자였던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시장을 이끌 수 있는 기회는 내성 잡는 항암제에 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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