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1위가 있으면, 2위의 선택지는 대체로 명확합니다. '조금 더 싸게', '조금 더 넓게'로 통용되죠. 정수기 시장에서 코웨이가 프리미엄을 굳혔을 때 경쟁사들은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낮다'는 메시지를 반복했고, 패키지 여행 전성기에도 하나투어가 브랜드를 앞세운 사이 모두투어와 참좋은여행은 가격으로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인공지능(AI)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내 생성형 AI 시장 1위는 단연 오픈AI의 챗GPT입니다. 오픈서베이의 AI 검색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이내 챗GPT 이용률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과반을 넘어섰습니다. 선점 효과와 브랜드 인지도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그 틈에서 구글의 제미나이가 꺼내 든 카드는 가격입니다. 고가 프로 요금제 아래에 플러스 요금제를 추가하며, 무료는 부족하고 프리미엄은 부담스러운 이용자를 정조준했습니다. 기능은 제한적이지만 가격은 확실히 낮췄습니다. 전형적인 2위의 전략입니다.
(사진=뉴시스)
흥미로운 점은 1위도 가만있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오픈AI 역시 저가 요금제에 광고를 결합하는 실험에 나섰습니다. 막대한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이용자 저변을 넓히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AI가 기술 경쟁을 넘어 본격적인 수익 모델 검증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소비자에게 남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조금 더 싸게 쓰느냐, 조금 더 편하게 쓰느냐인 셈이죠. AI 시장에서도 '가격은 2위의 무기'라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승부를 가르는 건 가격표보다도 일상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드느냐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