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범수 기자]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USDT(테더)가 국내 원화마켓에서 거래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과거 가상자산(디지털자산)거래소들은 자금세탁 의혹 등이 지속됐던 USDT의 거래지원을 망설여왔습니다. 그러다 2023년 12월 코인원을 시작으로 5개 원화마켓거래소 모두 USDT를 상장(거래지원)했습니다.
거래소들이 일제히 USDT를 상장한 이유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USDT는 주로 해외 거래소 간 자산 이전에 쓰입니다. 가격이 거의 바뀌지 않아 이전 시 손실 가능성도 적습니다.
원화마켓에서 테더가 약진하고 있다.(이미지=디지털애셋)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주목
그러나 USDT는 자금세탁 활용과 외환 규제 회피 가능성 등 위법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USDC(US달러코인) 발행사 서클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고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USDT 발행사 테더는 규제가 느슨한 엘살바도르에 있고, 목표로 하는 시장도 제3국과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시장 등입니다. 이런 이유로 USDT의 국내 거래 현황은 언제나 규제 당국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애셋>은 지난해 국내 5대 거래소 원화마켓에서 이뤄졌던 USDT, USDC 거래 현황 데이터를 심층분석했습니다. 원화마켓 자료는 디지털자산 정보제공 플랫폼 코인게코를 통해 확보했고, 거래소별 자료는 각 거래소 API를 활용해 수집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2025년 국내 원화마켓 전체 거래 중 USDT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로 집계됐습니다. 2024년 비중 약 4%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그만큼 국내 디지털자산시장에서 UDST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USDT보다 규제 준수 정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서클의 USDC는 2025년 원화마켓 전체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이 0.3%에 그쳤습니다. 2024년 거래 비중은 0.37%였는데 1년 새 큰 변화 없이 소폭 줄었든 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비중이 국내에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잠시 달아올랐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가 이런저런 이견 충돌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사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약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업계에서는 국회와 규제 당국이 이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 USDT 거래 1190억달러
국내 원화마켓의 USDT 거래대금은 2024년 약 650억달러에서 2025년 약 1190억달러로 83% 증가했습니다. 거래대금 규모가 크게 늘면서 원화마켓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습니다. 전체 거래 중 USDT 비중은 2024년 약 3.8%에서 2025년 약 7.89%로 2배가량 뛰었습니다.
특히 USDT의 이런 약진은 2025년 원화마켓 전체 거래액 규모가 2024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라 더 주목될 수밖에 없습니다. 코인게코 집계 기준으로, 2024년 원화마켓 전체 거래대금은 약 1조 7112억달러였지만, 2025년에는 약 1조 5084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12%가량 감소했습니다.
월별 거래를 보더라도, USDT 거래 비중은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점차 우상향의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거래 비중은 2% 수준이었는데, 2024년 10월 8%, 2025년 2월 11%까지 치솟았습니다. 2025년 3~9월엔 10% 미만으로 주춤했지만, 2025년 10월 들어 다시 12%로 급등했습니다. 이는 2024년 1월 이후 최대 비중이었습니다. 이후 2025년 11월과 12월에는 각각 12%, 10%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USDT 거래 비중이 지난해 연말에 강세를 보인 것은 10월 있었던 ‘검은 토요일’ 하락장의 여파로 풀이됩니다. 10월에 BTC(비트코인) 10% 급락과 27조원 규모의 대규모 청산이 발생한 뒤 하락장이 나타났는데, 그 이후 USDT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통상 주요 디지털자산의 시장 가격이 급변하면 안전자산인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옮기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또 선물 시장 투자를 위한 해외 출금이 증가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 수요도 자연히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4~2025년 원화마켓에서 USDT의 거래 비중 월별 추이.(이미지=디지털애셋)
코인원·코빗 거래의 3분의1
거래소별로 보면, 중소형 거래소의 USDT 거래 비중이 대형 거래소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거래소인 업비트의 경우 전체 거래 중 USDT가 차지하는 비중이 4.38%에 불과했지만, 중소형 거래소인 코인원과 코빗은 각각 33%, 34%의 높은 거래 비중을 보였습니다. 두 거래소의 전체 거래 중 3분의1이 USDT라는 의미입니다. 업비트에 이어 2위 거래소인 빗썸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은 14.07%였습니다. 코빗과 거래 규모가 비슷한 고팍스의 경우 6.26%의 거래 비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거래소별 규모의 차이 탓에 거래 비중이 아닌 거래 액수로 보면 USDT 거래액 규모는 빗썸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빗썸에서 거래액이 약 596억달러였고, 업비트가 약 457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코인원은 110억달러, 코빗은 26억달러, 고팍스는 1억달러 수준이었습니다.
USDT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USDC는 국내 원화마켓에서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원화마켓 전체거래에서 USD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29%에 불과했습니다. 2024년 약 0.37%보다 더 쪼그라든 셈입니다. USDC 거래대금도 2024년 약 64억달러에서 2025년 43억달러로 32% 감소했습니다. USDT의 거래가 대폭 늘어난 것을 볼 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수요가 USDC에서 USDT로 일부 옮겨갔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전체적인 USDC 거래대금은 미미하지만, 국내 5대 거래소 가운데 고팍스에서 USDC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거래소보다 높은 편입니다. 2025년 고팍스 거래 중 USDC가 차지하는 비중은 28.61%였고, 업비트에서는 0.05%, 빗썸 0.27%, 코인원 6.03%, 코빗 0.19% 정도의 수치를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거래액이나 각 거래소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으로 볼 때 국내에서는 세계 1위 스테이블코인인 USDT의 주목도와 활용도가 압도적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범수 기자 cmsbumsu@digitalasset.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