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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보다 무서운 ‘불확실성’
입력 : 2026-01-29 오후 3:12:18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합의를 지체했다”는 이유로, 기존 15%였던 관세를 2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금방 정리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트럼프라는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 외에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만큼, 한 치 앞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0월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얼마 전 만난 재계 관계자는 “사실 작년에 트럼프가 관세 올린다고 어깃장 놓을 때, 돈 좀 더 주더라도 하루빨리 협상이 끝나길 바랐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로 더 많은 비용을 내는 것보다, 결정이 미뤄지는 시간 자체가 더 큰 손실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매년 초 비전과 청사진을 세우고, 그에 맞춰 투자와 생산 계획을 짠다. 그런데 회사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등장하면, 그 모든 계획은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무서운 이유는 손해가 아니라, 판단 자체를 멈추게 만든다는 데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계획을 하나만 세울 수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고, 어떤 정책이 만들어질지 알 수조차 없으니 한 가지 시나리오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늘 여러 개의 방안을 동시에 만들어야 하고, 그 뒤에 이어질 세부적인 계획도 하나하나 다듬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수조원 단위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미칠 지경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은 이 전례 없는 변수 속에서도 잘 버티고 있다. 특히 반도체, 조선, 방산 등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이들이 ‘잘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단기적인 변화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오랜 시간 내실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장기간 기술 경쟁력을 축적해 왔고, 조선업계는 물량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며 중국과의 정면 경쟁을 피했다. 방산업계 역시 빠른 납기와 가격을 넘어선 기술력으로 수주 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강화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부 변수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기술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축적해왔다는 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틀어지더라도 다시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불확실성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와도 무너지지 않도록, 각자의 고유한 기술과 경쟁력을 쌓아둘 수는 있다. 어쩌면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기업이 리스크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드러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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