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여권에서 '통합'이라 외치던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 철회'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선거 캠프에 보수 인사들을 기용하며 통합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보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대선 캠프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고, 함께 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같은 보수 인사 발탁은 이 전 후보자로 이어졌습니다.
이 전 후보자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으며,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현 정치권과 거리가 있던 보수 인사들과 달리, 이 전 후보자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민의힘 당직자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파격적 인사'였습니다.
청와대는 이 전 후보자를 "다년간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곧 출범하는 기획예산처가 국가 중장기 전략을 세심하게 수립해 미래 성장동력을 회복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깜짝 인사에 민주당 의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춘 채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적 인사 철학'이라며 치켜세우기 바빴습니다.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이 전 후보자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제명했습니다.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몰아세우기까지 했습니다. 지난 2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부정 청약·갑질 등 각종 의혹을 꺼내며 집중포화를 던졌습니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이 25일 후보 지명을 철회하며 통합 인사는 무산됐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이 전 후보자를 두고 "보수 진영에서 세 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국민주권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그쪽 진영'에서 공천을 무려 5번을 받아서 3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인선 과정도 통합의 연장선이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보수 인사를 기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통합이라 부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통합 인사는 결과 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전 후보자의 사례에서는 서로를 향한 여야의 날 선 눈초리와 시각차만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진정한 통합은 깜짝 인사가 아닌 서로를 납득시키는 정치에서 시작되지 않을까요. 진정한 통합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